기고_권오용[한국가이드스타 상임이사, 전 SK(주) 사장]
수치를 보면 대체로 복지 혜택이 좋고, 의식 수준이 높다고 하는 선진국의 기부 지수가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잘사는 동네, 부자 동네의 이미지가 강한 강남구는 어떨까.
공시 연도 2018년을 기준으로 전체 의무공시 공익법인 9216개 중 4.2%(389개)가 강남구에 있다. 강남구에 있는 공익법인은 대체로 일반적인 자선단체보다는 오뚜기재단, 케이티앤지장학재단, 하이트문화재단, 대웅재단 등 기업재단이 눈에 띈다.
강남구에 위치한 이 389개 공익법인의 총자산 평균은 141억 원으로 전체 공익법인 총자산 평균인 267억 원에 비해 낮았다. 또한 강남구 공익법인의 수입과 지출 평균은 98억 원으로 전체 공익법인의 수입 및 지출 평균인 170억 원에 비해서도 많이 낮았다. 이들의 기부금도 평균 5억 원으로 전체 공익법인 평균인 7억 원에 못 미쳤다. 부자 동네 이미지가 강한 강남구지만 공익법인들의 쓰임새는 이미지와는 영 달랐다.
강남구 공익법인의 투명성 및 효율성 수준도 기대 이하였다. 한국가이드스타가 올해 초 공개한 공익법인 평가 결과에 따르면, 9216개 의무 공시 공익법인 중 의료, 학교법인 등을 제외한 1277개 공익법인 중 143개 공익법인이 만점을 받았다. 이 중 71%인 102개 공익법인이 서울시에 위치하고 있는데, 특히 강남구 소재 만점 공익법인은 10개로 중구 20개, 종로구 12개에 이어 마포구와 함께 3위에 그쳤다.
강남구에 속해 있는 공익법인 중 MG새마을금고 지역희망나눔재단, 케이티앤지복지재단, 밀알복지재단, 강남복지재단 등이 만점 법인 명단에 올랐다.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17년 우리나라 기부금은 13조 원가량이다. 이는 법인ㆍ소득세율 15%를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연간 약 2조 원의 세금을 거두지 않고 민간에 유보시킨 것과 같은 효과다. 국가가 더 거둘 수 있는 세금을 공익 목적으로 사용한다는 이유로 징수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다. 따라서 기부금 사용의 투명성 확보는 납세자에 대한 정부의 의무이자 책임이다.
또한 강남구 소재 기관들이 투명성과 효율성에 관한 의식을 더욱 높일 수 있도록 공익법인 제도 및 투명성 강화 교육(한국가이드스타가 실시한 공익법인 제도 개선 교육에 강남구 소재 공익법인도 다수 참석했다)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강남구 특색에 맞춘 교육의 실시로 공익법인 제도에 관한 이해를 높이고 이것이 투명성 확보로 이어져야 강남구민들의 기부도 늘어날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이 기부를 하지 않는 이유는 ‘기부금 사용처가 투명하지 않아서’라는 응답이 60.7%로 1위였다. 기부를 한 사람조차 61.7%가 제대로 썼는지 알 수 없다고 답했다. 결국 자기가 내는 기부금의 쓰임새를 투명하게 알 수 있다면 국력에 걸맞은 만큼의 기부순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강남구도 예외일 수가 없을 것이다.
잇따라 터진 기부금 횡령 사건은 어려운 이웃에게 가는 손길마저 막아서고 있다. 신뢰를 회복하고 기부 민심을 되살리기 위해서 투명성 강화는 그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요즘 경제가 어렵다 보니 여러 면에서 살기가 팍팍하다. 이런 때일수록 어려운 이웃을 향한 나눔의 손길이 더욱 절실하다. 기부에서도 으뜸인 강남이 되면 좋겠다.
해당 기고는 강남라이프 7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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