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도서관 사서 이윤선

 

북 큐레이션이 뭐예요?

도서관이나 독립서점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말이 있다. 바로, ‘북 큐레이션 (Book Curation)’이다. Book과 Curation의 합성어로 특정한 주제에 맞는 여러 책을 선별해 독자, 이용자에게 제안하는 것을 말한다. 쉽게 말해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책을 추천해 주는 것이다.  

‘북 큐레이션’,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행복한도서관에서 어린이 북 큐레이션을 맡았던 때의 나는 도서관 근무 경력이 갓 1년이 넘은 새내기 사서였다. 처음 어린이 북 큐레이션을 제안받았을 때는 두려움이 앞섰다. 물론 사서로 일하며 북 큐레이션을 기획해 보고 진행해 본 적이 있지만 매달 주제에 따라 책을 선정하고 전시하는 본격적인 북 큐레이션은 처음이었다. 더욱이, 행복한도서관은 북 큐레이션에 중점을 두고 다양한 분야의 큐레이션을 진행하고 있어서 시간이 다가올수록 크고 작은 걱정거리들이 늘어났다. 

‘다른 사서들처럼 좋은 책을 추천할 수 있을까?’
‘이용자들이 내가 기획한 북 큐레이션이 별로라고 하면 어떻게 하지?’ 
‘힘들게 북 큐레이션을 했는데 아무도 대출해가지 않으면...?’ 

이러한 새내기 사서의 계속되는 근심 걱정을 뒤로한 채 시간은 빠르게 흘러 임의로 설정해놓은 심적 마지노선에 다다르고 있었다.

책과 사람이 연결되는 순간, Book.꾸.다

북 큐레이션의 대상은 초등학생으로 정해져 있었고, 일단 주제를 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했다. 1년 동안 매달 다른 주제로 진행해야 하고 추천 도서의 대출률도 같이 신경을 써야 했기에 고민이 깊어졌다. 이런 고민을 거듭하고 있을 때, 한 초등학생 이용자가 나의 고민을 말끔히 해결해 주었다.

“선생님, 도서관에서 학교 수업을 듣고 싶은데 와이파이 연결을 못 하겠어요!
도와주실 수 있어요?”

“그럼요! 자리가 어디예요? 선생님이 가서 연결해 줄게요.”
도서관에 와서 수업을 듣는 기특함에 와이파이도 연결해 주고, 수업 세팅도 도와주며 학생과의 대화가 시작됐다.

“오늘은 무슨 수업 들어요?”

“오늘은 국어도 듣고 수학도 듣고, 있다가는 리코더 연습도 해야 해요!”

“우와, 선생님보다 하루가 더 바쁘네요. 수업 끝나고는 뭐해요?”

“태권도 학원 갔다 피아노 학원도 갔다가 집에서 학습지도 하고...”

대답을 듣는 순간 번뜩 스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목을 주제로 책을 추천해 주면 유익하기도 하고 대출도 잘되지 않을까?’

이렇게 초등학생 이용자의 도움으로 큰 주제를 정하고 나니 북 큐레이션 명도 자연스레 떠올랐다. 추천해 준 도서를 통해 더 큰 꿈을 꾸는 어린이가 되길 바라며 북.꾸.다 (Book으로 꿈꾸다)로 정했다. 이어서 초등학교 교과목을 조사해 적절한 달에 배치해 월별 교과목을 선정하고 기획 방향을 정리했다. 최종적으로 기획안이 통과되면서 본격적인 북 큐레이션 준비에 돌입했다.

먼저, 매달 주제에 맞는 책을 고르는 것부터 시작된다. 학년별로 다양한 수준의 책을 골라야 하고 도서관에 소장하지 않은 도서는 미리 수서에 반영해 구입해야 한다. 책을 다 고르고 나면 추천 도서들을 소개할 수 있는 카드 뉴스를 제작해야 하는데, 주제에 맞는 디자인과 시선을 끌 수 있는 아이콘들로 꾸미며 함축적으로 서평도 작성한다. 도서의 내용과 함께 핵심을 관통하는 서평을 쓰는 것은 매달 하고 있음에도 참 어려운 작업이다.

카드 뉴스까지 무사히 제작하면 또 하나의 큰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바로, 주제와 관련된 참여 이벤트를 기획하는 것. 유아/어린이 대상 북 큐레이션의 경우 아무래도 독서에 흥미를 유발할 수 있어야 하고 동시에 도서관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심어줘야 하기에 매달 참여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
 



‘스포츠’가 주제인 북 큐레이션 전시에는 스포츠 선수들을 향한 응원 메시지를 적어보는 이벤트를, ‘국어’가 주제였을 때는 맞춤법 및 초성 퀴즈를 진행해 상품을 제공하기도 했다.
 



 
이렇게 도서 선정, 서평 작성, 카드 뉴스 제작, 전시까지 일련의 과정을 무사히 해낸 기쁨을 만끽하는 것도 잠시, 쉴 새 없이 다음 달 북 큐레이션이 기다리고 있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어린이들이 이벤트를 열심히 참여한 결과지를 건네주거나 추천한 도서가 모두 대출되었을 때는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내가 얻는 뿌듯함을 발판 삼아 오늘도 열심히 북 큐레이션 도서를 골라본다.

행복한도서관 사서들의 피, 땀, 눈물

어린이 북 큐레이션 외에도 행복한도서관에서는 연령별, 주제별 북 큐레이션을 제공하고 있다. 16개 강남구립 공공도서관이 참여하는 전 연령 대상의 ‘익다씨의 책 읽는 강남’은 각 도서관의 특화 분야를 연계한 큐레이션을 접할 수 있다. 

유아 북 큐레이션 ‘그림책 친구’는 매월 특정 기념일을 주제로 한 도서 추천과 참여 이벤트를 함께해 책의 재미를 느낄 수 있게 유도하고 있다. 청소년과 시니어를 대상으로 하는 ‘사시사철 (춘기 청소년과 니어에게 서가 추천하는 따라 읽기 좋은 책)과 성인을 위한 북 큐레이션인 ‘단비책 ( 하나의 장)도 사서들의 노력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행복한도서관은 특히 심리학과 관련된 특화서로 차별화를 두고 있다. 주제를 세분화해 북 큐레이션도 운영 중이다. 아무래도 전문 분야의 정보와 주제를 다루고 있어 잘못된 내용을 전달하는 것은 아닌지, 실수는 없는지 더욱 꼼꼼하게 체크하고 있다. 심리학 북 큐레이션으로는 ‘키워드로 보는 심리학’과 강남구 청소년 심리지원센터 사이‘쉼’과 연계해 진행하는 ‘청소년을 위한 북 큐레이션’, ‘전문가가 추천하는 심리학 도서’ 등이 있다.
 



이렇게 행복한도서관 사서들의 노력이 담긴 북 큐레이션 자료는 도서관 홈페이지(추천도서, 발간자료)와 SNS(인스타그램 @happylibgn)에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책과 도서관을 사랑하는 이용자와 독자에게 조금 더 유익하고 좋은 책을 추천하기 위한 사서들의 고민과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며, 새내기 사서는 오늘도 책으로 꿈꾸는 어린이들을 위해 서가를 서성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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