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 월간 인문학 : 작가들의 쾌락책담 - 박완서 작가를 기억하며
2019년 강남구민 여러분의 큰 사랑을 받았던 ‘강남의 사서이야기’가 2021년 ‘시즌2’로 돌아왔습니다. 코로나19로 많은 것이 달라진 일상. 도서관을 자유롭게 이용하지 못하는 구민들에게 책 읽는 즐거움을 제공하고자 다양한 프로그램을 모색 중인 강남구립도서관의 사서들. 위드 코로나 시대, 고군분투 중인 강남 사서들의 이야기가 한 달에 한 번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글 : 역삼도서관 이수현 사서
Que Sera Sera 케 세라 세라
2월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어느 날. 사무실에 들어선 관장님이 대뜸 상기된 표정으로 ‘좋은 소식’과 ‘안 좋은 소식’이 있단다. 과감히 후자부터 듣기를 청했다.
‘강남구 월간 인문학’ 행사 순서를 관장님들이 모여 공평하게 ‘뽑기’로 정했는데, 역삼권(역삼도서관·역삼푸른솔도서관·역삼2동작은도서관)이 1번 순서가 됐다는 불똥 같은 소식. 그날이 며칠 남지 않았다는 소식이라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단 얘기다. 하필 기획한 프로그램이 3월, 4월 연이어 있어 정신없이 일에 파묻혀 지내던 여느 날이었던 만큼 내가 가진 일복에 실소가 터진다.
‘그래.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애써 멘탈을 잡아 본다.
강남구 월간 인문학은 우리 도서관이 인문학 대중화를 위해 2019년부터 진행한 독서문화행사다. 매월 1회 강남구립 도서관들이 돌아가며 하는 1년 중 가장 큰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연간 일정에 맞춰 행사를 진행하는 사서에게는 업무 양도 부담이지만 예산이나 규모가 커서 시간과 노력도 배로 들여야 하는 일이다.
다급한 일정에 주제 선정부터 난관에 부딪쳤지만, 윤남미 관장님의 느낌적인 느낌으로 ‘박완서 작가 타계 10주년’을 기념해서 작년처럼 여러 작가들과 북 콘서트를 해 보자고 결정했다.
‘박완서’라는 이름은 익히 알지만 교과서에서만 접하고 완독을 해보지 못했던 나는 그때부터 박완서에 대한 자료를 서치했다. 도서관에 소장 돼 있는 그의 소설을 모두 꺼내 책상 위에 높이 쌓고 읽기 시작했다. 설 연휴 후 예정된 ‘주제 도서 선정’과 ‘작가 라인업’ 전체 회의를 위해 나의 달콤한 휴일도 반납한 채 말이다.
박완서 작가의 책과 섭외할 작가들 책까지 몽땅 읽었지만,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1980년대를 대표하는 소설가의 책임에도 문체나 시각 면에서 새로운 감각으로 다가왔다. 처음에는 일로 시작된 독서였지만 개인적으로 점점 빠져들어서 밤을 새워가며 재미있게 읽었다.
‘이윽고 나는 내 목덜미가 흥건히 젖어 오는 걸 느꼈다. 그녀는 울고 있었다. 소리가 없어서 더욱 태산 같은 울음이었다.’(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중에서, 박완서 저)
이 대목에서는 눈시울이 붉어지기까지 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업으로 삼은 특권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드는 날이었다.
사서는 문화 기획자
공공 도서관 서비스는 변화하고 있다. 이제 책을 제공하고 학습을 하는 공간뿐만 아니라 주민의 독서, 문화 욕구를 충족시키는 프로그램 제공과 커뮤니티 서비스 등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서들에게는 자료의 수집, 정보 보존을 하는 역할과 더불어 문화행사를 기획하고 홍보하는 일도 중요해지고 있다.
‘강남구 월간 인문학’의 주제를 정하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그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 나눌 작가들을 적절하게 매치해서 섭외하는 일도 만만치 않았다. 박완서 작가와 작품을 좋아하는 작가들을 찾아보고, 세 명의 작가들 간의 케미도 고려하며 A안, B안, C안까지 마련해 보았으나 빠듯한 일정으로 인하여 섭외가 만만치 않았다.
여러 명의 사서들이 작가 라인업 계획에 맞춰서 각자 연락을 시도했다. 나 또한 작가 섭외에 들어갔다. 작가의 연락처를 어렵게 구해서 긴장 100프로의 상태에서 간절한 마음을 담아 단어 선택과 문장들을 수십 번 고민한 후 이메일을 보냈다. 바로 오지 않은 답장에 애간장을 태웠지만, 스케줄이 맞지 않아 결국 실패. 결과적으로는 최상의 작가 군단으로 팟캐스트 ‘책 읽아웃을 진행하는 김하나 작가, ’복자에게‘의 김금희 작가, ’대도시의 사랑법‘의 박상영 작가, 사전 공연의 윤소라 성우까지 섭외해서 북 토크는 성공적이었지만 그 과정은 험난했던 기억뿐이다.
뒤이어 홍보 작업을 시작했다. 내 임무는 포스터와 큐레이션 디자인 작업. 주민이 내가 만든 포스터를 보고 신청 버튼을 ‘꾹’ 누르는 상상을 하며 야근을 마다하지 않았다. 수많은 홍보물 속 눈에 띌 수 있도록, 정보를 한눈에 담아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1안, 2안, 3안을 만든다. 한 번에 시안이 통과되면 좋지만 여러 사람의 의견을 담으며 완성도를 높이는 과정도 필요하다. 나는 예술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포스터를 메인으로 연계해서 행사 당일에 쓰일 큐레이션 디자인도 진행한다. 행사 당일만 사용할 것들이지만 주민들에게 만족감을 주고, 참여 작가들이 즐거워하며 이야기 나눌 수 있도록 세심하게 신경 쓰며 현장을 디자인한다. 다른 사서들이 문장을 발췌하고 이야기를 엮어주면 나는 그에 맞춰 벽면을 글과 그림으로 구성하고 작가 존의 캐릭터들을 그리고 시각적인 일들을 해나간다.
이외에도 박완서 작품 낭독, 홍보 동영상 제작, 촬영팀 섭외, 유튜브 섬네일(thumbnail) 제작, 시공업체 미팅, 큐시트(Cue-Sheet) 만드는 일 등 모든 단계에서 사서들의 재능과 역량이 녹아들어 프로그램 준비는 완성돼 간다.
사서는 정말 문화기획자이자 멀티플레이어임이 틀림없다.
3년 차 사서, 지금부터 시작이다
프로그램을 만들어 가는 과정은 힘들지만 행사를 끝마치고 나면 가끔씩 듣는 말이 있다.
“사서님, 이런 좋은 프로그램을 기획해 주셔서 감사해요.”
“도서관에 이런 프로그램이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주민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위안이 된다는 생각만으로 나의 힘듦은 어느새 저만치 가버린다.
“나눔의 삶을 살아야 한다. 나누는 기쁨이 없다면, 사는 기쁨도 없다.”라는 법정 스님의 말씀대로 살고 싶어지는 요즘이다.
단순히 돈을 버는 직업으로의 ‘사서’라고 생각하면 이 모든 일이 버거울 것이다. 나는 나의 재능과 열정을 가지고 여러 사람에게 도움 되는 일을 하는 지금이 좋다. 더 좋은 프로그램을 기획해서 주민들에게 더 많은 문화 향유의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는 욕심이 불끈 솟아오른다.
아직은 모르는 것 투성이이자, 시행착오 많은 초보 사서지만, 나눔과 보람, 열정이 있는 이 일이 점점 좋아진다.
arong@gangnam.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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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강남구청 www.gangnam.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