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후반기는 하고 싶은 일을 통해 좀 더 의미 있게 살고 싶어 사회복지전담공무원에 도전했습니다. 첫 번째 시험에서는 고배를 마셨으나 두 번째 시험에서 합격해 늦깎이로 강남구에서 5년 넘게 공무에 임하고 있습니다”
1980년 초 부모님을 따라 강남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전학 온 학교는 이사 온 집과 1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지금은 그 길이 그리 멀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그땐 조그만 녀석이 등〮하교를 하노라면 아마도 한참 걸렸을 겁니다. 그래도 시간 가는 줄 몰랐던 건 그 길이 보여주는 정겨움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단짝 친구와 그 길을 걷다 사람 눈처럼 생긴 나무옹이를 보고 놀라 도망친 적도 있고, 어떤 때는 작은 언덕에서 족제비를 만나 쫓아가기도 했으니까요. 5학년 때는 집과 가까운 곳에 새로운 초등학교가 생겨 더 이상 그 길을 걸을 기회가 없었습니다. 작년 그 길을 다시 갈 기회가 있었는데 잘 닦인 도로, 정비된 옹벽, 재건축된 으리으리한 아파트 단지로 변해 예전과 다른 모습에 조금은 옛 추억이 사라진 것 같아 아쉽기도 했습니다.
중학교 때는 집과 학교가 조금 가까워졌고 큰 대로를 따라 등〮하교를 할 수 있을 정도로 통학 여건이 좋았습니다. 그런데 나는 그 좋고 편한 길을 마다하고 민둥산 같던 언덕을 넘어 학교를 다니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길이 제대로 난 것도 아니고 흙먼지도 날리던 언덕길이었지만 언덕에서 우리 집이 내려다보이는 전망이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지금은 그 중심부에 주민센터와 문화센터가 들어서 있고, 예전의 민둥산을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주택들이 빽빽이 들어차 있습니다. 가끔씩 문화센터에 교육을 받으러 갈 때마다 예전에 내가 다니던 길은 어디인지 가늠해보지만, 너무 많이 변해 찾을 수가 없습니다. 고등학교는 집과 2.5km 떨어진 곳이라 초·중·고를 통틀어 등〮하굣길이 제일 멀었고, 당시에도 멀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지금의 양재천
학교를 가려면 다리(현재 영동6교)를 지나 양재천을 건너야 했는데 그 개천을 볼 때마다 더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풀이 무성하고 가끔 냄새도 나는 탓에 한 번도 물가에 가본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양재천은 개천이라고 부르기에는 무색할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주민들의 좋은 휴식처로 거듭난 양재천을 위해 얼마나 많은 분들이 땀을 흘렸을까 생각하니 참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어릴 적 엄마를 따라 대모산에 자주 올랐습니다. 그곳에 가면 꼭 약수를 떠오곤 했습니다. 그래서 가방에 늘 1.5ℓ 페트병을 여러 개 넣어 다녔습니다. 하지만 그때 힘들었다는 기억은 별로 나지 않습니다. 엄마가 힘드실까 봐 자주 따라다녔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많이 늙으신 엄마를 생각하면 마음이 짠합니다. 그땐 그렇게 자주 산에 오를 정도로 건강하셨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찾아뵙지 못해 죄송할 뿐입니다.
부모님을 따라 잠시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간 적도 있지만 신혼살림을 강남구에서 시작해 자녀가 태어났고, 공직의 길에 들어서기 전까지 직장 생활도 강남구에서 오랫동안 했습니다. 인생 후반기는 하고 싶은 일을 통해 좀 더 의미 있게 살고 싶어 사회복지전담공무원에 도전했습니다. 맞벌이를 하던 터라 아내에게 미안했지만 아내는 오히려 최고의 지지자가 돼줬습니다. 비록 첫 번째 시험에서는 고배를 마셨으나 다음 해 두 번째 시험에서 합격해 늦깎이로 강남구에서 5년 넘게 공무에 임하고 있습니다.
합격 후 희망 자치구를 고를 때도 강남구를 선택하는 데 망설임이 없었습니다. 나의 대부분의 삶을 보낸 친숙한 곳이니까요. 어린 시절 본 강남구의 모습과는 많이 달라졌지만, 여기저기 다니다 보면 어린 시절 얽히고설킨 여러 가지 일들이 떠오릅니다. 강남구에서 나의 남은 인생 절반을 보람된 일을 하면서 보낼 수 있어 참 감사합니다. 많이 변했어도 강남구는 정이 갑니다.
해당 기고는 강남라이프 5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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