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희 시인의 길을 평소 애용하던 강남구민으로서 한 말씀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고층 건물과 카페, 레스토랑 등만 가득하던 동네에 시인의 길이 조성되고, 그 길을 오가며 시 한 편 씩 읽는 일이 낙이었는데 하루아침에 이 무슨 일인지요? 아무런 설명도 없이 그 아름다운 시들이 무슨 잡초처럼 뽑혀 나가고 없습니다. 도대체 연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그 길을 오가던 주민들은 적어도 그 이유나 사연 같은 건 알 권리가 있는 것 아닌가요? 설치도 제거도 다 세금으로 하는 일일 터인데 도대체 누구 마음대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내가 아는 상식으로는 문정희 시인은 강남구가 아니라 이 나라가 소중하게 여기고 귀하게 지켜야 할 큰 시인이고, 세계에서도 인정하는 한국을 대표하는 시인의 한 분이신데 도대체 이 무슨 경우없는 행위인지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빠른 시일 내에 구민들에게 경위를 설명해 주시고, 합당한 후속 조치를 취해 줄 것을 강력히 요청합니다. 나는 강남구에서만 20년 이상 산 주민으로서, 시인을 존중하지 않는 상스러운 동네의 주민으로 남고 싶지 않습니다. 문학과 시와 시인을 존중하지 않는 나라와 사회에 미래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