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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1작은도서관 사서 나상미

 

강남구립 도서관에 입사해 하루하루 어리바리하게 도서관의 모든 것을 신기해하며 배워나가던 내가 어느덧 4년 차 사서가 됐다. 올해 초 대치1작은도서관으로 보직이동을 해 새로운 곳에 적응하며 근무하다 보니, 문득 처음 신입사서로 일하던 때 생각이 난다. 학교에서 이론으로만 배웠던 것을 실제로 경험해 보니 신기했고, 이론과 실전이 다른 것에 다시 한번 놀라며 배우는 일도 허다했다. 수업 시간에 배웠던 수많은 도서관 서비스 중에서 실제 현장에서 나를 가장 놀라게 하고 감동시켰던 서비스는 단연 ‘책바다’ 서비스다.

‘책.바.다?’
처음 수업시간에 책바다라는 용어를 듣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책의 바다가 있어?

‘책바다?’
‘책의 바다인가?’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던 찰나에 교수님의 설명이 이어졌다.

“책바다 서비스란 국가 공통 상호대차 서비스라고 보면 돼요. 여러분 상호대차 알죠? 그게 국가적으로 시행돼서 전국의 도서관이 내 손안에 있다고 생각하면 돼요”

사실 처음에는 이 설명을 듣고 쉽사리 이해되지 않았다.

‘전국의 도서관이 어떻게 내 손안에 있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교수님의 설명을 듣게 됐다.

“이용자가 원하는 자료가 해당 도서관에 없을 경우, 협약을 맺은 다른 도서관에 신청해 소장 자료를 서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전국 도서관 자료 공통 활용 서비스예요. 전국 상호대차 서비스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거예요”

그제서야 나는 확실히 개념을 이해할 수 있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에이, 우리가 다니는 도서관에 책이 얼마나 많은데 뭘 전국의 도서관에서까지 책을 빌려와. 말도 안 돼’

이런 생각을 하며 점차 책바다 서비스는 까맣게 잊혀졌다.
 

책바다 담당 사서가 되다

그렇게 학업을 마치고 도서관 근무를 시작하게 되었고 6개월 만에 책바다 서비스 담당 사서가 됐다. 다시 공부한다는 마음으로 이 서비스의 목적을 이용자 입장에서 생각해 봤다.

사실 책바다 서비스를 담당하며 알게 된 사실이지만 책바다 신청 건은 한 달에  한 건이 들어올까 말까다. 그만큼 이용하시는 분들도 적고, 이 서비스에 대해 알고 계시는 분도 적다. 더 솔직하게 말하면 나는 매일 아침 책바다 관련 메일이 왔는지만 확인하고 나의 수많은 업무 중에서 이 부분은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그렇게 한두 달이 지나고 드디어 첫 번째 책바다 메일을 받게 됐다. 처음에 메일함을 보고 잘못 봤나 싶은 생각에 다시 한번 자세히 보고 나서 천천히 메일을 클릭했다. 강남구립도서관 회원분이 책바다를 신청하신 메일이 맞았다. 확인 후, 책바다 관리자 사이트에 들어가 신청 승인을 눌렀다. 책이 드디어 도착했고, 사이트에 들어가 도착확인 처리를 했다. 도착 확인 처리를 하면 이용자에게 자료 도착을 알리는 메시지가 발송되고 이용자분은 우리 도서관에 책을 찾으러 오시면 된다. 이제 내가 할 준비는 모두 끝났다.
 

 

나는 그제서야 한숨 돌리고 책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도봉구 책이 강남구로 여행 오다

도착한 책바다 가방과 그 안의 책을 보니 진짜 실감이 났다.

‘진짜 도봉구 책이 강남구까지 왔네. 이래서 책바다라고 했구나’
‘근데 강남구에는 이 책이 없는 걸까? 그래서 도봉구 책을 강남구까지 시키신 걸까? 등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정확히 이틀 뒤, 이용자분이 책을 찾으러 오셨다. 데스크에서 이용자분을 뵙고 도봉구에서 온 책의 상태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드린 후, 2주안으로 반납을 부탁드렸다. 그러면서 용기 내어 한마디를 덧붙였다.

“선생님, 제가 도서관에 근무하면서 이 서비스를 신청하신 이용자분을 처음 뵀어요. 수업 시간에 배우긴 했지만 실제로는 처음이거든요.”

그 얘기를 드리며 이용자분을 쳐다봤는데 처음 하셨던 말씀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강남구 도서관 어디를 찾아가도 이 책이 없어서 막막했거든요. 더구나 출판된 지 오래돼서 이미 절판이 된 상태라 중고서점에도 없는 거예요.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에 친구를 통해 책바다라는 서비스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회원가입하고 검색해 보니 그 책이 다른 구에 있었고 그 김에 바로 신청했는데 신기하게도 이렇게 책이 왔어요. 너무 감사해요.”

나는 예상치 못한 답변에 “아니에요. 저도 이용자님 덕분에 책바다 서비스에 대해서 더 잘 알 수 있게 됐어요. 제가 더 감사해요”라며 다음을 기약했다.

어느 날 책이 내게로 온다

그날이 아직도 가끔 생각난다. 수업 시간에 배웠던 내용을 듣고 하찮게 생각했던 나의 치기 어린 모습과 이용자에게 감사하다고 얘기를 들었던 그 순간이 오버랩 돼 밀려오는 의미 있는 순간을. 국가가 국민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로 인해 누군가는 도움을 받았고, 내가 그 도움에 일조했다는 생각에 그날 하루 종일 기분 좋은 두근거림을 느끼며 업무를 진행했던 기억이 있다. 누군가에게 필요한 책이 아주 먼 곳에 있을 때 책바다 이용을 권하고 싶다. 어느 날 책이 내게로 오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도서관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서비스는 공공을 위한 서비스다. 많은 서비스들이 있지만 책바다 서비스는 전국의 도서관을 하나로 연결해 주는 똑똑한 서비스다. 이번 사서 이야기를 계기로 많은 이용자들이 책바다 서비스에 관심을 가지고 이용하길 바란다. 

자세한 내용은 책바다 사이트(https://books.nl.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제 책의 바다에 빠질 준비가 되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