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삼도서관 사서 권린
입사 1년 차, ‘무엇이든 생각대로 할 수 있다’에서 ‘뜻대로 되지 않네’라는 생각이 들 무렵 현재 근무하고 있는 역삼도서관으로 발령받았다.
역삼도서관은 큐레이션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 주제를 특화해 과학이나 SF 프로그램을 많이 진행하는 도서관이다. 프로그램, 큐레이션, 과학. 내가 좋아하는 것들의 집합이었다. 새로운 환경에서 좋아하는 것들에 둘러싸여 일하는 기분은 어떨까? 나는 설렘을 안고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과학∈도서관
공공도서관에도 특화 주제가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강남구립도서관은 도서관별로 특화된 주제로 분담 수서를 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역삼도서관은 과학 주제 특화 도서관이다. 여기서 말하는 과학이란 보통 자연과학을 말하는데, 막상 수서를 하려고 하면 자연과학만큼 곤란한 도서도 없는 것 같다. 분류번호 400으로 통칭되는 자연과학은 첫 번째, 책이 잘 출판되지 않는다. 두 번째, 전문지식을 요구하는 책이 많아 특정 분야의 사람을 빼고는 찾는 사람이 적어 판매량이 적다. 잘 출판되지도 않는데, 판매량도 떨어지는 책이라니. (심지어 비싸다.) 자연과학 수서하는 사서는 매달 고충이자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이러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특화 주제를 Science Fiction까지 확장했다. SF,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덕후들이 사랑한 장르였지만 이제는 SF라는 말에 구태여 설명을 덧붙이지 않아도 모두가 알 정도로 SF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에 맞춰 도서관 역시 SF 주제로 서가를 새로 배치했다. 서양의 SF 거장으로 불리는 아서 클라크부터 현대 한국 SF의 별, 김초엽까지 SF 서가는 날이 갈수록 다른 서가들을 침범할 정도로 장서량이 늘어나고 있고, 반응도 뜨겁다.
과학∩사서=x
이토록 까다로운 자연과학을 SF로 수서 범위를 확장하는 것 외에 어떻게 하면 이 분야의 도서들을 이용자에게 소개하고 과학에 대한 친밀도를 높일 수 있을까? 또 다른 방법의 하나가 프로그램이다.
과거의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보관하고, 책을 대출·반납하는 이런 1차적인 서비스에 그쳤다. 하지만 현재의 도서관은 대출반납 서비스뿐만 아니라 프로그램 운영 또한 도서관의 아주 중요한 요소가 됐다.
역삼도서관은 과학 프로그램을 통해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과학적 지식과 현상에 호기심을 갖게 하고, 가설을 세워 검증하고 실패하는 과학자들의 마음과 태도를 전하려고 한다. 또 SF를 통해서는 미래 세계에서 작가들이 다루는 사회적 문제, 삶의 근본적인 질문들을 다루려고 한다. 물론 이 모든 프로그램들은 독서의 즐거움이 바탕이 되어야 하겠지만,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사서에게 지역 주민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자 하는가, 이 이야기는 시민에게 필요한 이야기인가라는 질문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올해도 역삼도서관은 과학과 SF를 통해 사회적 문제와 인문학적 질문들을 꾸준히 이야기할 예정이다. <전지적 SF 시점 : 일상편>이라는 이름으로 5월에는 『칵테일 러브 좀비』의 조예은 작가와 일상 속 SF에 대한 이야기를, 6월에는 『궤도 밖에서부터, 나의 룸메이트에게』의 전삼혜 작가과 사회적 소수자와 SF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저자와의 만남을 준비하고 있다.
과학(도서관,사서)=(x²+y²-1)³-x²y³=0, SF
나는 아직 수서를 하거나, 프로그램 기획을 할 때 개인적인 관심을 완전히 배제하지 못한다.
사서는 객관적인 데이터와 다양한 시각을 가지고 업무를 해야 한다고 하지만, 내 개인적인 생각은 조금 다르다.
도서관에서 사서의 개인적인 관심이 본인의 업무 분야와 잘 어우러진다면, 오히려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특정 업무를 진행하는데 그 업무가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한 것이었을 때, 그것만큼 최고의 업무도 없을 것이다.
처음 역삼도서관에 온 내가 그랬다. 과학과 SF를 좋아하는 내게 도서관의 특화 주제가 과학과 SF라니, 어쩌면 최고의 근무지가 될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이 들었다. 물론 마냥 좋아하는 것을 일에 적용시키기에는 어려움이 있지만 말이다. 그럴 때 관장님께 들었던 말이 있다.
“좋아하는 것만으로는 당위성을 부여하기 어렵기에 이 책이 왜 좋은 책인지 사람들에게 설득시킬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그게 바로 사서의 역할이죠”
수서를 하거나, 프로그램을 계획할 때 늘 설득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 책을 왜 사야 하는지, 이 프로그램을 왜 우리 도서관에서 진행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서 말이다. 논리적으로 일목요연하게 이용자들을 설득하는 과정은 여전히 어렵다. 하지만 올해의 프로그램을 기획하며, 그리고 도서관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조금씩 내가 가지고 있는 미지수를 도서관의 운영 방향으로 치환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것이 옳을까? 라는 의구심 속에서 내가 좋아하는 분야와 이용자들이 요구하는 분야 그리고 도서관이 추구해야 할 방향에 대해 ‘과학’이라는 방정식을 통해 답을 구하고 있다.
나는 아직 수서를 하거나, 프로그램 기획을 할 때 개인적인 관심을 완전히 배제하지 못한다.
사서는 객관적인 데이터와 다양한 시각을 가지고 업무를 해야 한다고 하지만, 내 개인적인 생각은 조금 다르다.
도서관에서 사서의 개인적인 관심이 본인의 업무 분야와 잘 어우러진다면, 오히려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특정 업무를 진행하는데 그 업무가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한 것이었을 때, 그것만큼 최고의 업무도 없을 것이다.
처음 역삼도서관에 온 내가 그랬다. 과학과 SF를 좋아하는 내게 도서관의 특화 주제가 과학과 SF라니, 어쩌면 최고의 근무지가 될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이 들었다. 물론 마냥 좋아하는 것을 일에 적용시키기에는 어려움이 있지만 말이다. 그럴 때 관장님께 들었던 말이 있다.
“좋아하는 것만으로는 당위성을 부여하기 어렵기에 이 책이 왜 좋은 책인지 사람들에게 설득시킬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그게 바로 사서의 역할이죠”
수서를 하거나, 프로그램을 계획할 때 늘 설득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 책을 왜 사야 하는지, 이 프로그램을 왜 우리 도서관에서 진행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서 말이다. 논리적으로 일목요연하게 이용자들을 설득하는 과정은 여전히 어렵다. 하지만 올해의 프로그램을 기획하며, 그리고 도서관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조금씩 내가 가지고 있는 미지수를 도서관의 운영 방향으로 치환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것이 옳을까? 라는 의구심 속에서 내가 좋아하는 분야와 이용자들이 요구하는 분야 그리고 도서관이 추구해야 할 방향에 대해 ‘과학’이라는 방정식을 통해 답을 구하고 있다.
mk0405@gangnam.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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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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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강남구청 www.gangnam.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