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송명견 동덕여자대학교 명예교수ㆍ칼럼니스트

[기고] 송명견 동덕여자대학교 명예교수ㆍ칼럼니스트
 
 
캐시미어가 처음 등장했을 때 유럽 사람들은 넋을 잃었다. “이렇게 가볍고, 이렇게 따뜻하고, 이렇게 부드러울 수 있을까!” 하는 탄성이 쏟아져 나왔다. 18세기 동인도회사 군인들이 인도 북부 카슈미르 지역을 탐험하고 돌아가면서 이 ‘귀하신 몸’을 부인이나 귀족, 왕족에게 선물했을 때 그랬다. 당시 캐시미어 숄의 가치는 금보다 컸다.

캐시미어란 캐시미어 산양의 털로 짠 섬유 제품을 통칭한다. 이 산양의 털은 뛰어난 촉감과 우아한 질감에 아름다운 광택까지 겹쳐 ‘섬유의 보석’이라거나 ‘신의 선물’이라는 별칭이 붙어 다녔다. 오늘날 캐시미어는 중국 북부와 몽골에서 전 세계 생산량의 80~90%가 공급된다. 캐시미어 산양을 대대적으로 사육하고, 여기서 생산된 캐시미어가 몸값을 올리며 나날이 공급량을 늘려가고 있다.

 

지구온난화와 온갖 개발 사업 등으로 몽골 지역을 비롯한
전 세계 각 지역에서 강과 호수가 고갈되며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캐시미어에는 화려한 ‘빛’ 못지않게 어두운 ‘그림자’가 따라다닌다. 풀뿌리까지 깡그리 먹어 치우는 캐시미어 산양의 왕성한 식욕이 문제다. 때문에 중국 내몽골 지역의 푸른 초원이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지구온난화와 1980년대부터 시작된 개발 사업으로 서서히 몽골 지역의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최근 10년 동안 이 지역에서 400여 개의 강과 호수가 고갈됐다고 했다. 이 사막화에 우아한 캐시미어 산양이 적지 않은 기여(?)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사막화로 생긴 황사가 중국 상공을 지나며 각종 미세먼지와 섞여 쏟아지면서 우리나라와 인접 국가들의 대기오염, 해양오염 등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캐시미어의 그늘에 그림자가 따라다니듯이 나일론, 폴리에스테르 등 합성섬유에도 어두운 그림자가 붙어 다닌다. 바로 플라스틱이란 그림자다. 우리가 입는 거의 모든 합성섬유의 원료가 플라스틱이기 때문에 그렇다. 플라스틱의 그림자는 특히 심각하다.

최근 한 일간신문의 두 여기자가 ‘플라스틱 없는 3일’을 살아봤다. 그녀들은 그 3일이 ‘고통의 시간’이었고, 플라스틱 없이는 삶이 불가능했다고 고백했다. 그렇다. 우리는 지금 플라스틱 없이는 생존을 이어갈 수 없는 ‘플라스틱 시대’에 살고 있다. 플라스틱은 무엇이나 원하는 모양과 형태로 만들 수 있고, 열에 녹이지 않는 한 그 형태가 변하지 않는 특징을 지녔으며, 자연 분해가 불가능하다. 썩지 않고 사라지지도 않는 강도가 강한 물질이지만, 미세 플라스틱으로 분해돼 인체에 치명적인 해를 끼칠 수도 있다.

그 플라스틱 쓰레기들은 이 나라에서 저 나라로 여행도 한다. 중국이 ‘쓰레기 수입국의 문’을 닫자 쓰레기 대란이 일어났다. 필리핀에 불법 수출한 플라스틱 쓰레기 더미가 국내로 다시 돌아오는 별난 일도 벌어졌다. 한국이 플라스틱 소비 세계 1위라는 낙인도 찍혔다.

대서양에 남한 면적의 5배나 되는 쓰레기섬이 등장했고, 한반도에서 1만km 이상 떨어진 북태평양 한가운데에도 한반도 면적의 7배 크기의 쓰레기섬이 생겼다. 이 쓰레기 가운데 한국제 쓰레기도 있다. 태평양 해류를 타고 떠다니는 쓰레기의 양이 8만t 정도인데 그중 90%가 플라스틱으로 추정된다.

이런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로 흘러 들어가면 그대로 바다 생물들이 먹고 생명을 잃는다. 지난 3월 28일 이탈리아 휴양지인 지중해 사르데냐섬 앞 바다에서 새끼를 밴 향유고래의 사체가 발견됐다. 길이 8m인 이 고래의 뱃속에서 죽은 새끼 고래와 함께 각종 쓰레기봉투, 어망 등 플라스틱이 22kg이나 나왔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플라스틱이 해류나 태양열에 의해 부스러지면서 미세 플라스틱이 되고, 이를 바다 생물들이 먹으면서 다시 우리 식탁에 오르고 있다는 이야기다.


 

태평양 해류를 타고 떠다니는 쓰레기 중 90%가 플라스틱으로 추정된다.
이제 플라스틱의 확산은 국가 차원을 넘어 지구적 문제가 됐다.

 
미국 일리노이주립대 연구팀은 바다가 아닌 세계 식수 공급의 25%를 감당하고 있는 지하 수원에서도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연말 KBS도 합성섬유로 된 옷들을 세탁한 폐수에 미세 플라스틱이 녹아 있음을 확인시켜줬다. 합성섬유의 원료가 플라스틱이므로 당연한 결과다.

이제 플라스틱의 확산은 국가 차원을 넘어 지구적 문제가 되었다. 때문에 국제적으로 미세 플라스틱을 막아보려는 필사적인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이면 바닷속 물고기보다 플라스틱 수가 더 많아질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다행이랄까. 국내의 한 연구 기관이 플라스틱 성분을 분해하는 곤충을 찾아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문제는 그 연구 결과가 실용화될 때까지 이 나라가, 지구가 버텨줄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캐시미어나 플라스틱뿐이 아니다. 지구온난화와 그 많은 환경호르몬들도 하나같이 사람을 향해 창을 겨누며 목숨을 내어놓으라고 덤벼들고 있다. 한마디로 인간이 지구를 무지막지하게 학대한 업보다. 필경 설 땅을 잃은 인간들은 지구를 떠나 다른 별로 이사를 가야 할지도 모른다.

결론은 나와 있다. 하나뿐인 지구의 수명을 연장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배출을 자제하고 재활용을 늘리면서, 상처 내기를 최소화하고 지구 재생의 싹틔우기에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 그야말로 절제와 검소가 절실한 시점이다.

강남은 이미 서울의 1번지가 아닌, 대한민국의 1번지라 말들 한다. ‘강남스타일’의 명성과 함께 세계적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때맞춰 ‘기분 좋은 변화’와 함께 ‘품격’도 갖춰나가고 있는 중이다. 지구를 지켜나가는 데서도 강남 사람들의 그 같은 성숙함이 돋보이면 좋겠다.

 
 
해당 기고는 강남라이프 5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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