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명 강남구청장 ‘지역경제 심폐소생’ 공감·맞춤 전략
- 게재일자2025-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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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재정투입 벗어난 지역경제 체질개선
좀처럼 끝나지 않는 경제불황으로 인해 모두의 얼굴에 드리워진 그늘이 짙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각 지자체에서도 지역경제 살리기를 목표로 삼고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대한민국 경제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강남구의 섬세한 지원사업들이 눈에 띈다. 오랜 시간 경영 일선에서 활동했던 조성명 구청장의 통찰이 발휘된 결과다.
“그동안 시행됐던 정책들을 살펴보면 자금지원의 비중이 높은 편입니다. 물론 재정적 지원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근본적으로 지역경제의 체질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단순한 금융지원에서 벗어나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어려움에 공감하고, 나아가 이분들이 열심히 일하고 싶다는 의욕을 갖고 선순환 성장을 할 수 있는 기틀을 다지는 게 목표입니다.”
올해 강남구는 2070억원의 정책자금을 풀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경제난을 해소하는 한편, 소비심리 위축으로 경영난을 겪는 골목상권에 활기를 불어넣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경쟁력을 갖춘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이 글로벌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뒷받침할 계획이다. 얼어붙은 고용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민간 기업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구민 취·창업 역량 강화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역대급 통 큰 지원
‘3고(高)’ 시대 자금난 해소
올해 강남구에서는 고금리·고물가·고환율 ‘3고(高)’ 시대에 자금난을 겪고 있는 관내 기업을 대상으로 130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을 실시한다. 중소기업육성기금을 활용해 300억원 규모로 제공하는 융자는 연 1.5%의 낮은 고정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업체들의 관심이 높은 사업이다. 개인사업자는 최대 1억원, 법인은 최대 3억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강남구와 협약을 맺은 금융기관에서 신규대출을 받을 경우, 연 2~2.5%의 이자를 지원하는 시중은행 대출이자 지원사업도 1000억원 규모로 진행한다. 지난해부터 협약 금융기관을 2곳에서 6곳으로 늘렸는데, 추가된 기관의 면면을 살펴보면 접근성을 우선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기존에는 제1금융권에 속하는 신한은행과 우리은행만 협약기관이었기 때문에 여기서 대출 승인을 받기 어려운 업체에서는 신청할 수 없었지만, 제2금융권인 영동농협, 송파농협, 새마을금고, 남서울신협과 협약을 맺으면서 더 많은 업체에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골목상권 회복을 위한 강남사랑상품권 사업도 활발하게 진행한다. 740억원 규모로 발행하는 강남사랑상품권은 5% 할인된 가격으로 살 수 있는 데다가 연말정산 때 30%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어서 발행할 때마다 구매 열기가 뜨겁다. 강남구는 여기에 지난해 한시적으로 운영했던 5% 페이백 이벤트를 상시 적용하기로 했다. 이벤트를 운영한 9월과 10월에 상품권 구매액이 134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기존 월평균이었던 71억원의 1.8배다. 가맹점 월 결제액도 평균 47억원에서 93억원으로 2배 가까이 늘어나면서 소비 활성화에 큰 효과를 발휘했다.
높은 배달앱 수수료에 부담을 느끼는 외식업계를 위한 공공배달앱 ‘땡겨요’ 운영도 올해 1월부터 시작했다. 이를 위해 강남구는 지난해 11월 신한은행과 협약을 체결하고, 매달 초 2~3억씩 전용 지역화폐인 ‘강남땡겨요상품권’을 발행하기로 했다. 이 상품권은 액면가격보다 무려 15%나 저렴한 가격으로 살 수 있어 배달 음식을 자주 이용하는 구민들의 주머니 부담도 낮춰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해외 진출 지원
내일의 글로벌기업 육성
최근 2년(`23~`24) 동안 강남구 해외마케팅 지원사업에 참가한 112개 기업이 1000억원에 가까운(7130만 달러) 수출계약을 맺은 것으로 밝혀졌다.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중소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해외 박람회와 전시회에 홍보 부스 설치, 통역, 마케팅 비용 등을 지원한 결과다. 조 구청장은 직접 업체 관계자로 구성된 통상촉진단을 이끌고 미국·동유럽 등을 방문하며 ‘강남 세일즈맨’을 자처하기도 했다.
“능력은 있지만 단독으로 해외시장에 진출하기 어려운 기업들이 더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저부터 현장에서 발로 뛰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렴한 가격에 뛰어난 품질까지 갖춘 제품들이 현지 바이어에게 큰 주목을 받으며 불티나게 팔리는 모습을 보니 꾸준히 지원한 보람이 느껴졌습니다.”
특히 화장품 등 ‘K-뷰티’ 관련 사업의 약진이 두드러졌는데, 이 부분에 대한 언급도 잊지 않았다.
“지난해 강남구는 전국 지자체 중 가장 많은 화장품 수출액을 기록할 정도로 큰 성과를 거뒀습니다. 게다가 우리 구에서 활동하는 화장품 기업은 대부분 중소기업이기 때문에 이분들이 해외에 진출해서 잘 되는 일이 곧 지역경제 구조를 건강하게 바꿔 나가는 일이기도 합니다. 부가가치와 고용 창출 효과가 뛰어난 뷰티 산업이 지금보다 더 활성화 되도록 해외 판로개척이나 기업 역량 강화에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생각입니다.”
취·창업 지원
내일을 위한 ‘내 일’ 찾기
강남구는 구직자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취·창업 역량 강화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는 기업, 종교단체 등 민간 분야와의 협력을 통해 효율성을 높인 점이 눈에 띈다. 하나금융그룹과 손을 잡고 개관한 ‘신중년 디지털 일자리센터’에서는 4060 신중년 세대를 대상으로 데이터 라벨링, 콘텐츠 크리에이터 등 4차산업 관련 업무역량을 높일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과 일자리 연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충현교회에서는 청년들을 위해 낮에 잘 사용하지 않는 교육관을 무상으로 빌려줬다. 이 공간을 활용해 청년들이 적성에 맞는 진로를 탐색하고 해당 분야에 취업할 수 있도록 ‘미래산업 취·창업 아카데미’를 운영했는데, 자격증 취득률이 103%나 됐다. 이들 중 몇몇은 삼성서울병원, 서초구 노인종합사회복지관, 해외 스타트업 한국지사, 에듀테크 기업 등에 입사하며 취업의 꿈을 이뤘다. 강남구는 올해 더 많은 청년이 꿈을 갖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어학시험과 자격증 취득 응시료를 1인당 20만원까지 지원할 계획이다.
매년 3월에 시작하던 중소기업 인턴십 사업도 이번 달부터 조기 시행한다. 지난해에도 이 사업을 통해 채용된 166명의 인턴 중 약 80%(131명)가 정규직으로 전환됐으며, 참여 기업의 98%가 만족했다고 응답하는 등 구직자와 기업 모두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인턴 1명당 월 최대 200만원의 인건비를 10개월까지 지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