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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시티 본진 강남구, ‘K-피지컬 AI’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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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재일자2026-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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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박람회 CES 2026의 핵심 화두는 단연코 ‘피지컬 AI’였다. 챗GPT처럼 화면 속 텍스트나 이미지로만 구현되던 인공지능이 로봇, 가전 등 하드웨어와 결합해 우리 일상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서울시 또한 지난달 30일 개최한 글로벌 인공지능 콘퍼런스 ‘AI 서울 2026’에서 ‘피지컬 AI 친화도시, 서울’이라는 새로운 도시비전을 제시했다. 인재·산업·도시 전반에 걸쳐 AI가 실제로 작동하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트렌드에 한발 앞서 강남구는 로봇과 AI로 대표되는 첨단 기술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행정 현장과 도시 공간을 거대한 실험무대로 활용하고 있다. 상용화를 앞둔 민간 기업의 기술을 테스트베드로 선제 도입하는가 하면, 이를 뒷받침할 산업 인프라 조성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스마트 행정의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설계 중인 조성명 강남구청장을 만나 그동안의 성과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로봇 조리사·AI헬스장… 구민 곁 첨단 기술
지난해 강남구는 전국 지자체 최초로 관내 초·중·고등학교 각 1곳씩을 선정해 급식실에 조리 로봇을 시범 설치했다. 한 번에 많은 양의 음식을 만들어야 하는 학교 급식의 특성상 이곳에서 일하는 조리 종사자들은 무리한 반복 동작으로 인한 근골격계 질환은 물론 뜨거운 증기나 기름에 의한 화상 위험에도 쉽게 노출된다. 여기에 음식을 볶고 튀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요리매연(조리흄)은 WHO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튀김을 만드는 로봇조리사
튀김을 만드는 로봇조리사


이렇듯 열악한 근무 환경은 인력수급 문제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특히 강남구의 경우 조리실무사 결원율이 36.9%에 달해 서울시 평균인 11%의 3배를 넘는다. 적은 인원이 많은 급식 수요를 감당해야 하니 업무강도는 더욱 높아지고, 이로 인해 현장을 떠나는 이들이 늘어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강남구가 도입한 로봇은 한 대만으로도 튀김, 볶음, 국 등 여러 가지 조리 업무를 대신할 수 있는 다기능 모델로, 실용성이 뛰어나다. 또한 별도의 전기설비 없이도 기존 급식실에서 사용하는 가스와 스팀 솥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어 호환성도 높다.

로봇 조리사의 효과는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대한산업보건협회의 정밀 조사 및 평가에 따르면 조리 과정으로 인한 근골격계 부담 수준이 ‘개선 필요’에서 ‘위험도 무시 가능’ 수준으로 낮아졌으며, 요리매연 노출도 크게 줄어들었다.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82.6%가 ‘근무 여건이 개선됐다’고 응답했으며, ‘급식 로봇 운영이 확대돼야 한다’고 답한 이들도 전체의 86.9%에 달했다. 강남구는 현장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반영해 조리 종사자의 업무 부담을 낮추는 로봇 조리사 지원을 이어 나간다는 방침이다.


논현노인종합복지관에 조성한 시니어 스마트피트니스센터를 방문해 AI 헬스장을 체험해 보는 조성명 강남구청장(왼쪽)
논현노인종합복지관에 조성한 시니어 스마트피트니스센터를 방문해 AI 헬스장을 체험해 보는 조성명 강남구청장(왼쪽)


로봇과 AI를 활용한 어르신 건강관리 프로그램도 호평을 받고 있다. 2024년 조성한 ‘스마트 피트니스센터’는 전국 최초로 노인복지관에 조성한 어르신 전용 헬스장이다. 이곳의 운동기구들은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각자의 운동능력에 맞게 부하를 조절해 준다. 부상 위험은 최소화하면서도 최적의 효율로 운동할 수 있도록 돕기 때문에 “20~30분만 이용했는데도 살도 빠지고 체력도 붙었다”고 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AI 헬스장의 효과를 확인한 강남구는 해당 기기를 생산하는 업체와 협약을 맺고 지난해 10월 개관한 선정시니어센터에도 같은 형태의 운동 공간을 조성했다.

강남구 웰에이징센터에서 웨어러블 로봇을 착용하고 걷기 연습을 하는 어르신들
강남구 웰에이징센터에서 웨어러블 로봇을 착용하고 걷기 연습을 하는 어르신들



보행이 불편한 어르신을 대상으로 웨어러블 로봇을 활용한 재활 프로그램을 운영한 것도 반응이 좋다. 허리와 허벅지에 착용하는 로봇이 실시간으로 몸의 균형과 근력을 감지해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하체 힘을 키워준다. 참가자 중에는 “젊었을 때 좋아하던 등산을 포기했었는데 요즘에는 부쩍 다리가 가벼워졌다”며 “조만간 제주도 올레길을 떠날 생각”이라는 포부를 밝힌 이도 있었다. 지난해 첫 실시에도 불구하고 웨어러블 로봇 프로그램이 높은 만족도를 얻자, 강남구는 올해 더 많은 구민이 로봇의 편리함을 체감할 수 있도록 오픈 체험존을 선보일 계획이다.


선정시니어센터 내부에 조성한 스마트 피트니스센터
선정시니어센터 내부에 조성한 스마트 피트니스센터



데이터 분석부터 복지상담까지, 행정 파트너가 된 AI
그런가 하면 AI는 주민 서비스뿐 아니라 강남구 공무원의 일하는 방식도 크게 바꿔나가고 있다. 방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분석할 수 있는 AI와 복잡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공무원의 장점이 합쳐질 때 큰 시너지가 날 것이라는 조 구청장의 철학이 반영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세무 분야다. 지난해 강남구는 고용지원 공제 혜택을 놓친 것으로 의심되는 업체 176곳을 발굴하고 2억원에 가까운 세금을 환급했다. 강남구에서 활동하는 기업의 수가 약 15만개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의미 있는 성과다.


실증사업의 일환으로 강남구청 복도를 청소 중인 클로봇의 청소로봇
실증사업의 일환으로 강남구청 복도를 청소 중인 클로봇의 청소로봇



각종 영업이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하는 등록면허세 부과 과정도 첨단 기술을 만나 신속성과 정확성을 높였다. 공공데이터를 활용한 시스템이 여러 부서에 흩어져 있는 관련 정보를 하나로 취합하고 이를 바탕으로 ‘할 일 목록’을 생성해 주기 때문에 담당자의 업무 부담을 크게 줄여준다. 시스템 도입 전 500건 내외였던 데이터 처리량은 도입 후 6,000건 가까이 늘어나며 업무 효율이 10배 이상 향상됐다. 아울러 지도 위에 데이터를 시각화하는 디지털 트윈 기술까지 접목함으로써 지번만 입력하면 해당 건물의 인허가 현황, 업종 분포 등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강남구는 추후 이 기술을 더 발전시켜 도시 정책과 상권 분석에도 활용할 계획이다.

통합 복지플랫폼 ‘강남구 스마트복지관’도 AI 사회복지사 도입으로 이용 접근성을 크게 높였다. 정부·공공·민간에서 운영하는 복지시설 89개소와 관련 서비스 3,000여건의 정보를 한데 모았지만, 정보량이 방대해 정작 이용자가 원하는 내용을 선별하기 어렵다는 현장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핵심은 정책이나 사업 명칭을 정확히 모르더라도 관련 서비스를 찾아주는 ‘자연어 검색’ 기능이다. 예를 들어 ‘임산부 혜택’에 대해 질문하면 관련 사업, 신청 요건, 담당 부서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조건에 맞는 복지 정보를 추천해 주는 식이다.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복지 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고, 필요할 경우 1:1 복지상담 게시판을 통해 담당 부서 직원의 답변을 바로 받아볼 수도 있다.

개포-수서 잇는 신성장 산업 축, 미래 강남 이끈다
지난달 21일, 조 구청장의 공약사업 중 하나인 개포4동 ICT 특정개발진흥지구 지정안이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최종 통과하며 결실을 맺었다. 1990~2000년대 ‘포이밸리’로 불리던 개포4동은 국내 최초로 벤처타운이 자생적으로 형성된 곳이다. 우수한 인적자원과 금융인프라를 보유한 테헤란로와 가까우면서도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저렴한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이미 강남 로봇플러스 테스트필드가 조성돼 있는 수서동과 연계할 경우, 신성장 산업 거점으로서의 잠재력은 더욱 커진다. 강남구는 이곳에 운영지원센터를 구축하고 자금·경영 지원, 투자 유치, 취·창업 프로그램 등을 통해 수서-개포-삼성-테헤란로로 이어지는 미래산업 축을 단계적으로 완성할 계획이다.


개포ICT특정개발진흥지구 위치(노란색)
개포ICT특정개발진흥지구 위치(노란색)



수서동은 강남구가 그리고 있는 로봇·AI 기반 미래산업 축의 중심이다. 서울로봇고, 수도공고 등에서 육성한 우수한 IT 인재가 풍부하고, SRT 수서역을 통해 앞서 로봇산업을 육성 중인 대전·창원 등과 협업하기에도 편리하기 때문이다. 강남구는 이러한 특성을 살리기 위해 2024년 수도권 유일의 로봇 연구·실증 공간 ‘강남 로봇플러스 테스트필드’를 조성했다. 이곳에서 개발한 로봇 성능 안전 시스템은 그동안 해외에서만 가능했던 절차를 국내화하는 데 성공하며 관련 기업의 시간과 비용 부담을 크게 덜어주고 있다. 이 외에도 장인의 움직임을 학습시키는 마이스터 로봇화 사업 등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데, 대기업 관계자나 해외 공무원들도 견학하러 올 정도로 관심을 받고 있다.


실증사업의 일환으로 강남구청 복도를 청소 중인 클로봇의 청소로봇
실증사업의 일환으로 강남구청 복도를 청소 중인 클로봇의 청소로봇



강남구는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수서동 일대를 연구·개발부터 실증, 사업화까지 아우르는 세계적 수준의 로봇산업 거점으로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위한 전략이 바로 수서 로봇 특정개발진흥지구 지정이다. 앞서 강남구는 수서역세권 개발사업 시행자인 한국주택도시공사(LH)와 협의해 업무·유통단지의 일정 면적을 로봇 기업이 입주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기반 조성에 나서왔다. 특정진흥지구로 최종 지정되면 용적률과 건폐율을 법정 상한의 최대 1.2배까지 완화할 수 있다. 또한 자금융자 지원, 지방세 감면 혜택 등 다양한 인센티브로 로봇기업 집적과 산업 생태계 확산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지난달 수서역세권 일대가 특정진흥지구 대상지로 선정되며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다.

조 구청장은 “이제 로봇과 AI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이라며 “기술이 사람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을 더 안전하고 편리하게 만드는 디딤돌이 되는 도시 강남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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