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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경로당 맞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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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재일자2025-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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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률 점점 떨어지던 경로당
파크골프 등 시설에 다시 북적
지역주민 찾는 문화공간으로



"여기가 경로당 맞아요?"

경로당을 개방하고, 전문 강사가 실내 스크린 파크골프 강습을 하자 경로당에 오지 않던 사람들도 찾아오며 묻는 말이다. 이곳은 바로 매봉시니어센터 파크골프 아카데미. 도곡경로당을 리모델링하면서 실내 파크골프 시설을 설치하니 주민들의 호응이 뜨겁다. 더구나 최근 인기가 급증한 파크골프의 공간 부족 문제를 경로당을 개조해 해소하자 얼마 전 서울시에서도 방문해 살펴보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한다.

이곳에 대한 관심이 이렇게 뜨거운 것은 '우리 사회가 그만큼 경로당의 변화를 바라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는 걸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경로당이 변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경로당은 할 일 없는 고령자들이 모여 시간을 보내는 곳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고, 이용자도 점점 줄고 있다. 실제로 65세 인구의 경로당 이용률은 2019년 10.1%에서 2024년 7.4%로 떨어졌다. 이용자가 10명 중 1명도 안되는 것이다.

노인복지법에 따라 만들어진 경로당은 노인들이 자율적으로 친목 도모를 하기 위해 만든 시설, 즉 사랑방 역할을 했었다. 주거지 주민 중심의 회원제로 운영하다 보니 폐쇄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65세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는 초고령화사회가 된 지금, 노인 인구의 스펙트럼은 넓어졌다. 흔히 젊은 시니어라 불리는 60·70대는 80·90대와는 다르다고 생각하고, 여전히 사회 진출 욕구가 강하다. 그러니 경로당에 가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다양한 연령대의 수요를 모두 충족하기에는 예산이 한정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합리적인 경로당 운영 방식에 대해 고민할 수밖에 없었고, 이 같은 고민 끝에 오래된 경로당을 소규모 센터로 바꾸게 됐다. 지은 지 40년 이상 된 경로당을 강남형 개방 경로당이나 노인복합문화시설로 새 단장해보자는 것인데, 1호 노인복합문화시설인 학리시니어센터를 1년간 운영해보니 이용률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이 경로당의 80·90대 어르신들은 허리가 꼿꼿하고 바닥보다 의자가 편하다고 말하며 활기가 넘친다. 바뀐 경로당에 오는 게 너무 재미있다면서 댄스, 영어, 민요, 칼림바 등 새로운 것을 더 배우려고 눈을 반짝인다.

새로워진 경로당은 주민들의 생각을 바꿔놓고 있다. 경로당을 다양한 사회활동을 위한 공간으로 바꾸는 일에 회의적인 사람들도 호의적으로 변하고 있다.

학리시니어센터의 성공에 힘입어 이번에 새로 개관한 세곡동의 은곡시니터센터도 시니어 모델 워킹 과정 등 지역 수요를 반영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무엇보다 경로당 문턱을 낮춰 1층을 지역 주민을 위한 북카페로 개방했더니 한산했던 경로당에 사람들이 몰린다. 앞으로 경로당 4곳도 이렇게 지역 맞춤형 복합센터로 바뀔 예정이다.

새로운 시도를 통해 경로당이 은퇴자가 관심을 갖고 눈여겨보는 시설이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성공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우리 안에 알게 모르게 생긴 고정관념, '80은 넘어야 경로당을 간다'는 불문율을 깨는 일이다. 이 낡은 생각의 문턱을 낮추는 게 경로당 변화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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