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새긴 소중한 내 이름 수제도장 만들기
전자 서명이 보편화된 시대지만 아직도 ‘도장을 찍는다’라는 말은 여러모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2월호에는 한 자 한 자신중하게 새긴 수제도장에 2025년을 향한 희망찬 마음을 담아봤다.
사인이 보편화되면서 도장을 만드는 일이 새삼스럽게 됐지만 도장은 그 나름의 매력이 있다. 수제도장을 하나쯤 갖고 있으면 괜히 ‘나만의 개성’처럼 여겨져 뿌듯해진다. 특히나 직접 이름을 디자인해서 만드는 수제도장은 인감으로도 쓸 수 있어서 수업을 찾는 이들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딱딱한 돌에 이름을 새기는 일이 초보자에게 어렵지 않을까. 새기다가 글자라도 틀리게 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은 할 필요 없다. 강사는 “제가 10년 동안 강의하면서 완성 못 하신 분은 아무도 없었어요. 하다가 틀리면 사포로 갈아내면 되니까요. 안심하세요”라며 참가자들의 걱정을 덜어줬다. 이번 수업에는 총 4명의 주민이 한자리에 모였다. ‘도장’이라는 수업의 특성상 젊은 구민들의 참여가 저조하지 않을까 여겼지만, 다양한 연령층의 구민들이 이 수업을 신청했다. 나이와 성별은 달라도 2025년에는 새로운 계약서나 작품에 나만의 도장을 찍고 싶다는 마음만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었다.
도장 돌을 팔 때 사용하는 도구는 조각도다. 연습 시작 전 손을 다칠 수 있으니 안전을 위해 우선 장갑도 모두 착용한다. 이제 연습용 돌에 직선부터 그어볼 차례. 갈아서 수정할 수 있다지만 완성도 높은 도장을 만들려면 연습이 필수다.
“좀 더 자신 있게 선을 그으세요” 김선자씨가 손을 다칠까 조심스레 조각도를 움직이자 강사가 관찰 후 조언을 건넸다. 오늘의 유일한 남성 참가자 김종락 씨는 돌에 굵고 진한 선을 금세 그어 보인다. 선을 어느 정도 그려봤으면 이제는 사각형이다. ‘ㅁ’자가 이름에 들어가는 사람이라면 꼭 필요한 연습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동그라미를 그어본다. 김선자 씨를 제외한 모든 참가자의 이름에 ‘ㅇ’ 자가 들어가기 때문에 모두가 더욱 집중해서 연습에 임한다. 가장 어려운 스킬이지만 꼭 필요한 글자이므로 다들 저린 손을 쥐었다 폈다 하며 신중하게 돌과 조각도를 움직여 본다. 다른 이들보다 이름에 ‘o’자가 많은 윤수정 씨는 더욱 진지했다.
쉼 없이 한 시간 동안 이어진 연습에 다들 손을 ‘죔죔’ 하며 풀어주는 시간이 늘어나자 드디어 쉬는 시간이 주어진다. 자신의 이름을 돌 안에 어떻게 새겨 넣을지 네모 칸이 그려진 용지를 받았다. 손톱만한 작은 칸에 이름을 넣으려니 이리저리 써보며 이름과 성의 크기를 바꿔가며 고민을 거듭한다. 이선화 씨는 8칸을 가득 채우고도 답을 내리지 못해 용지를 두 장이나 사용했다. 김선자 씨는 처음에는 ‘이수지’라는 딸의 이름으로 도장을 만들까도 생각했지만, 난도가 높았는지 직선이 많은 본인의 이름 ‘선자’두 글자로 디자인을 결정했다. 종락 씨는 가장 새기기 어렵다는 ‘ㄹ’자가 이름에 들어있어 복잡한 탓에 성을 빼고 간단하게 이름만 두 글자 넣기로 했다. 윤수정 씨 역시 선을 길게 뽑은 디자인과 나눈 디자인 두 가지를 놓고 고심했지만, 글자 두 개가 붙어있으면 인감으로 쓸 수 없다는 강사의 조언을 듣고 디자인을 결정했다.
연습 시간이 길었지만, 이름을 돌에 새기기 시작하자,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연습한 것들을 되짚으며 도장과 조각칼을 이리저리 옮겨가며 굵고 강한 선으로 이름 글자를 하나씩 새겨넣었다. 가장 먼저 끝낸 참가자는 김선자 씨. 이름이 단순한 덕분이라며 웃는다. 강사가 마지막으로 이리저리선을 더하고 고쳐 도장의 완성도를 높인다. 이선화 씨는 “더 망치기 전에 선생님의 손길로 살려보고 싶으니 이제 그만하고 싶어요”라며 홀가분하게 손을 들었다. 도장에 이름이 제대로 조각됐는지는 찍어봐야 아는 법. 참가자들은 각자의 도장에 전통 인주를 묻혀 고급 화선지 위에 조심스럽게 찍어보았다. 선명하게 찍힌 각자의 이름을 들여다보며 탄성을 터트렸다. 제법 멋진 도장이 탄생했다. 2025년, 기분 좋은일로 도장 찍을 일이 많아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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