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동 가로수길은 현재와 과거가 공존한다. 이국적 외관의 건물들이 눈길을 사로잡기도 하지만 뒷골목마다 낡은 간판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노포들이 ‘터줏대감’처럼 거리를 지키고 있다. 젊고 트렌디한 감성을 즐기고 싶은 사람들뿐만 아니라 옛 추억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는 이유이다. 다양한 이벤트를 펼치며 활력을 되찾고 있는 가로수길의 매력을 소개한다.
신사동 가로수길은 해마다 겨울이 오면 특별한 볼거리가 펼쳐진다. 거리의 나무들이 알록달록한 털실 옷으로 갈아입는 ‘트리 아트 니팅(Tree-Art Neating)’ 행사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트리 아트는 직접 뜨개질한 털실 옷을 나무에 입히는 거리예술로, 앙상한 겨울 가로수에 형형색색 화려함을 더해준다. 이 행사는 2016년 주민 주도로 시작되어 올해로 9년째 진행 중이다. 특히 올해는 신사동 주민들뿐만 아니라 아름다운가게와 의류기업 탑텐이 참여해 더욱 화려하고 풍성해졌다. 폐의류 6,000여 점을 수거한 후 패브릭얀으로 가공한 뜨개실로 직접 뜨개질한 작품을 가로수길 680m 구간 나무들에 입혔다. 트리 아트의 주제는 ‘화이트 크리스마스’인데 올해 2월까지 가로수길을 장식할 예정이라고 하니 따뜻한 연말연시 분위기를 만끽하고 싶다면 가로수길 나들이를 해보자.
가로수길에 뉴욕이 등장했다. 폴로랄프로렌 플래그십스토어 외벽에 뉴욕 특유의 스카이라인 야경을 방불케하는 화려한 파사드 조명 아트가 설치되어 화제가 된 것. 조명 아트 주제와 어울리는 뉴욕센트럴파크 이미지의 배너까지 걸려 이국적인 분위기를 더했다. 마치 뉴욕 거리를 활보하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해 시민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폴로랄프로렌 플래그십 스토어가 들어선 건물은 고풍스러운 외관 기둥과 건물 사면의 유리창이 세련된 현대미를 자랑하는 건물이다. 이국적인 외관으로 가로수길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했다. 조명 아트는 폴로랄프로렌이 주최하고 강남구가 후원한 것으로 신사동가로수길 활성화를 위해 민관이 협력해 기획한 행사다. 지난해 10월 25일부터 12월 31일까지 진행됐는데 신사동 가로수길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추는 가로수길 끝자락에 자리잡고 브런치 카페들 틈바구니에서 떡볶이와 튀김을 팔며 35년째 꿋꿋하게 영업 중인 선술집이다. 원래 간판에는 ‘한잔의 추억’이라고 쓰여있었다고 하는데 글자들이 떨어져 나가고 ‘한’과 ‘추’남은 간판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노포이다. 2010년 문을 연 산호는 가로수길 1세대 맛집 중 하나로 수요미식회에서 문어 맛집으로 소개된 곳이다. 가로수길에서 올해로 15년째 한자리를 꾸준히 지키고 있다. 일반적으로 해산물과 육류 메뉴는 분리해서 판매하기 마련인데, 주인장은 “산호가 해산물과 육류를 함께 판 강남 최초의 음식점”이라고 자랑한다.
돈불리제담은 2018년 가로수길로 들어왔으니 이 거리 노포들에 비하면 비교적 신참내기지만 맛으로는 깔 수 없는 맛집이다. 웬만한 맛집 소개프로그램은 다 다녀간 곳으로 제주식 돼지 수육인 '돔베수육'이 유명하다. 지금 가로수길이 다시 활기를 되찾을 수 있는 것도 노포들이 자리를 지키며 지탱해준 덕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