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손전 연 허옥순 화백과 정도운 작가 할머니와 손자, 같은 길을 걷는 친구

화가로 활동하고 있는 할머니와 손자가 특별한 첫 공동 전시회를 열었다. 지난 12월 1일부터 일주일 간 강남구민회관에서 열린 조손전 <할머니와 나>. 동양화가 할머니와 자폐성 발달장애를 지닌 팝아트 작가를 만나 혈연을 넘어 그림으로 소통하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할머니와 저는 58살의 나이 차가 있지만 그림 그리는 것을 무척 사랑해서 화가라는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친구입니다.” 밤하늘 무수한 별자리에 인물 군상의 표정과 도형 그리고 한국어, 일어, 영어, 러시아어 등의 다양한 언어로 표현된 캘리그래피가 어우러진 그림‘별자리 속 숨은 그림 찾기’.
정도운 작가의 '별자리 속 숨은그림찾기'
↑정도운 작가의 '별자리 속 숨은그림찾기'
조손전 연 할머니와 손자, 허옥순 화백과 정도운 작가
↑조손전 연 할머니와 손자,
허옥순 화백과 정도운 작가

자신의 팝아트 작품을 설명하던 정도운 작가는 할머니가 다가오자 문득 생각났다는 듯 이야기했다.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친구’라는 표현에 동양화가 청림 허옥순 화백은 함박웃음을 지었다.

87세의 허옥순 화백은 2001년 대한민국 여성미술대전 입선을 시작으로 전북미술대전, 대한민국 회화대전 등에서 수상했으며 16회의 전시를 통해 실경산수, 문인화 작품을 선보여 왔다. 29세의 정도운 화가는 서울미술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대한민국 장애인 미술대전에 입상했으며 10여 차례 전시를 통해 인물을 중심으로 한 팝아트 작품 등을 선보이며 특유의 재기발랄함을 선보여 왔다. 각자 다수의 전시회를 열어온 두 사람은 이번에 처음으로 공동 전시회를 열었다.

전시 수익금 전액 기부, 삶의 빛이 되기를

허옥순 화백의 동양화와 정도운 작가의 팝아트 작품 100여 점이 선보인 이번 전시에서 두 작가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작품은 할머니 허옥순 화백의 문인화, 실경산수화를 손자 정도운 화가가 모사한 작품들이다.

허옥순 화백의 산수화를 정도운 작가가 마카펜으로 모사했다.
↑허옥순 화백의 산수화를 정도운 작가가 마카펜으로 모사했다.

허 화백이 “내 그림을 보고 손자가 자신만의 개성과 해석을 담아 그렸다는 게 참 감격스러워요. 이번 전시회에서 도운이가 마카펜으로 표현한 산수화가 참 좋다는 이야기를 관객들로부터 많이 들었어요. 같은 소재를 그렸어도 도운이의 그림은 맑고 깨끗한 도운이의 마음이 담겨있어서 더 울림이 있죠.”라고 하자 정 작가는 “할머니 작품에는 할머니만의 푸근함이 담겨 있어요.”라고 했다.

할머니 허옥순 화백의 작품(오른쪽)을 손자 정도운 작가가 발랄한 감각으로 새롭게 모사한 작품(왼쪽)
↑할머니 허옥순 화백의 작품(오른쪽)을
손자 정도운 작가가 발랄한 감각으로 새롭게 모사한 작품(왼쪽)
정도운 작가 작품 캐릭터로 개발한 다양한 굿즈
↑정도운 작가 작품 캐릭터로 개발한 다양한 굿즈

대나무를 그리며 삶의 의지를 키우고 모란을 그리며 삶의 기쁨을 재발견했으며 아득해 보이는 돌계단길을 그리며 불굴의 열정을 키웠다고 말하는 허옥순 화백과 그런 할머니를 닮고 싶다고 하는 정도운 작가. 두 사람은 이번 전시회의 수익금 전액을 발달장애인 돕기에 기부하기로 했다. 정도운 작가는 “저뿐만 아니라 다른 발달장애인 화가들도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그들에게도 자신의 작품을 세상에 선보일 수 있는 기회가 늘었으면 좋겠어요”라라며 바람을 이야기했다. 할머니가 이야기한 손자의 ‘맑은 마음’이 읽히는 말이었다. 웃는 얼굴이 똑같이 닮은 두 사람은 마음도 그렇게 닮아 있었다.

정도운 작가의 작품들
↑정도운 작가의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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