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속노화 2030도 천천히 늙고 싶어라
자극적인 음식을 선호하던 젊은 층 사이에서 건강을 되찾기 위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표적인 현상이 ‘저속노화’ 열풍이다. ‘저속노화’란 말 그대로 건강한 식단과 생활 습관 관리를 통해 신체 노화 속도를 늦추는 것이다.
먹방과 탕후루, 마라탕이 범람하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저속노화 식단을 인증하는 것이 유행이다. 저속노화 식단이란 통곡물과 식물 중심의 칼로리 섭취를 기본으로하는 식단을 말한다. 탕후루와 마라탕에 심취하던 MZ들의 입맛이 왜 갑자기 렌틸콩과 잡곡밥으로 순해졌을까. 저속노화 식단 열풍이 부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2030세대의 건강 상태가 최근 급격하게 나빠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당뇨병, 고혈압과 같은 만성 질환을 앓고 있는 2030세대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4년 전보다 2030세대의 당뇨병 환자가 각각 47%, 25.5% 증가했다. 달콤한 맛의 유혹에 빠져 혈당 스파이크로 고통받는 젊은 세대에게 이 열풍이 찾아오는 건 정해진 수순인지도 모른다. 혈당 스파이크란 식후 급격히 혈당이 치솟다 다시 저혈당으로 뚝 떨어지기를 반복하는 것을 말한다. 식후 졸음이 심하게 오고 머리에 안개가 낀 느낌을 받는다면 혈당 스파이크를 의심해봐야 한다.
특히 카놀라유, 콩기름, 옥수수유, 포도씨유 등과 같은 시드오일(씨앗기름)에는 오메가3가 많이 들어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고온으로 가열하면 트랜스 지방으로 변한다. 트랜스 지방과 단순당과 정제 곡물을 같이 먹게 되면 혈당 스파이크가 심해진다. 튀김류를 조심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이렇게 식탁 위를 비우고 나면 우리는 무엇을 먹어야 할까. 정교수는 잡곡을 가득 넣은 밥과 건강한 단백질을 골고루 먹길 권장한다. 렌틸콩, 귀리, 현미, 백미를 4:2:2:2 비율로 섞은 저속노화 밥과 나물이나 채소, 약간의 동물성 단백질을 곁들인 반찬이면 한 끼 식사로 충분하다고 말한다.
저속노화 식단이 모두에게 이로운 것은 아니다. 잡곡은 소화가 천천히 진행되기 때문에 소화기계가 약한 사람이나 노인, 근감소증 환자, 전신쇠약 환자에게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또한 20~40대일 때는 단순당과 정제 곡물을 피하고 식물성 단백질을 많이 섭취하는 것이 좋은 반면 75세 이상 노인이나 근감소증 환자는 흰쌀밥을 매끼 잘 챙겨 먹고 동물성 단백질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이롭다. 따라서 무조건 저속노화 식단을 맹신하기보다 자신의 건강 상태에 맞는 식단을 꾸리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