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레로 빚는 도자기 체험 소담한 그릇 하나 가슴에 품다
가을을 맞아 도자기 공방을 찾았다. 강남구민들과 함께 물레로 도자기 빚는 체험을 하기 위해서다. 돌돌 돌아가는 물레위에서 흙으로 모양을 빚으며 세상 하나뿐인 나만의 그릇을 만들었다. 흙이라 물러보여도 제법 악력이 필요한 도전이었다.
이번에 참석한 주민은 4명, 각자가 만들고 싶은 도자기를 미리 마음속에 지닌 채 한자리에 모였다. 오늘 하루 수업을 맡아줄 팟츠포터리 스튜디오의 강사와 가벼운 인사를 나누며 각자가 만들고 싶은 그릇 디자인을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오랜만에 아이 없이 외출했다며 상기된 표정으로 자리한 노유리 씨. 멋진 케이크 스탠드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했지만 초보자가 도전하기엔 어렵다는 강사의 말에 얼른 생각을 바꿨다. 좀 더 실용성이 있는 면기를 제작하기로 했다. 친정어머니에게 선물할 그릇을 만들고 싶다며 강남클라쓰를 찾은 김연희 씨. 오늘은 한식 일품요리에 딱 맞는 넓은 접시에 도전한다. 김희정 씨는 사진을 보여주며 파스타 접시를 만들어보겠다고 한다. 넓고 편평한 형태의 접시였다. 마지막으로 도유정 씨는 적당한 깊이의 테두리가 물결치는 파스타 접시를 빚기로 했다. 이 그릇은 중앙에 앙증맞은 하트 세 개가 포인트가 될 예정이다.
물레로 빚는 도자기는 손과 발이 따로 또 같이 움직여야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 수 있다. 모두가 준비된 자리에 앉아 찰칵찰칵 빠르게 또 느리게 페달 밟은 발을 앞뒤로 움직여가며 물레의 움직임을 느껴본다. 오늘 도자기를 만드는 흙은 고운 하얀 빛을 띠는 백자. 촉감이 좋고 만든 후 색상이 맑아 만족도가 높은 재료라고 한다. 다만, 흙이 무르기 때문에 사소한 움직임 하나로 모양이 달라지기 쉬워서 주의가 필요하다.
김희정 씨를 제외하고 나머지 세 사람은 흙 중앙에 엄지손가락을 넣고 깊이감 있는 그릇의 토대를 만들었다. 김희정 씨는 평평한 바닥을 우선 만들고자 손바닥으로 흙을 아래로 넓히는 작업을 반복했다. 모두가 지루할 법도 하지만 진지한 표정으로 흔들림 없이 움직임을 계속한다. 그때 노유정 씨의 ‘앗’하는 탄식 섞인 소리가 들렸다. 순식간에 그릇 모양이 울퉁불퉁해진 것. 혼자서 수습할 수 없을 만큼 망가져 ‘흙덩어리’가 되어버린 그릇에서 손을 떼지도 못하고 어쩔 줄 몰라 하는 표정으로 강사에게 SOS를 보냈다. 강사에게 SOS를 보냈다. 강사는 웃으며 능숙한 손길로 흙의 모양을 다듬으며 조언한다. “물레를 돌리는 건 운전이랑 마찬가지예요. 급정거하거나 급발진하면 흙이 덜컹 움직이면서 모양이 틀어지죠”이 말을 듣고 다들 자신의 움직임을 다시 한 번 점검했다.
김연희 씨가 가장 먼저 작업을 마치며 후련한 얼굴로 일어났다. 그릇 테두리와 중앙에 초록과 빨강을 칠한 단정한 디자인이었다. 도유정 씨는 그릇의 테두리를 구불구불하게 만들고 가운데 그릴 예정이었던 하트 대신 핑크색 꽃과 줄기, 작은 노란 별을 그려 넣었다. 김희정 씨는 처음 계획한대로 사진과 꼭 닮은 넓고 평평한 그릇을 만들어냈다. 요즘 유행하는 파인다이닝에서 쓸 법한 형태였다. 이후에도 여러 번 선생님께 SOS를 보냈던 노유리 씨는 언제 그랬냐는 듯 안정감 있는 산뜻한 푸른색 면기를 완성했다. 이제는 시간에 맡길 차례. 완성된 도자기는 집으로 별도 배송된다고 한다. 이제 이들의 남은 한 달은 기다림조차 즐거운 시간이 될 예정이다. 참가자들은 어느 때보다 손이 가벼운 귀갓길이지만 마음에는 소담한 그릇 하나를 품고 가는 따뜻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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