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로 기억되는 가을 나만의 DIY 향수 만들기
어떤 기억은 향으로 떠오르기도 한다. 장소, 사람에 가리지 않고 말이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인상을 남기고 싶을 때 향수를 뿌리는 것도 한 방법이다. 특히나 나를 표현하는 맞춤 향수가 있다면 더할 나위 없다. 이번 가을에는 나만의 향수를 만들어 기억에 남는 특별한 사람이 되어보자.
가을을 맞아 나의 취향을 살린 향수를 만들어봤다. 기대감을 갖고 모인 참가자들은 머릿속으로 만들고 싶은 향수를 미리 그려왔다. 손태희 씨와 조현주 씨는 같은 향수를 모티브로 삼기로 했다. 최근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은 포근한 향이었다. 이선민 씨는 언니와 함께 쓰고 싶다며 일명 ‘꿈돌이 크레파스’향을 찾고자 했다. 살짝 크레파스의 텁텁한 향과 향긋한 꽃향기가 어우러진다고 설명했다. 박선영 씨는 중학생이 되면서 치장에 관심 가지는 딸을 위한 향수를 만들고자 했다. 최진용 씨는 평소에 사용하기에도 무리가 없으면서도 달라지는 계절에 맞춘 향을 원했다. 각자의 설명을 들은 강사는 “차근차근 원하는 향을 찾아가 봅시다”라며 수업을 시작했다.
첫 단계는 어떤 향을 사용할지 고르는 시간. 100여 가지가 넘는 다양한 향수 원액의 향을 맡아보고 마음에 드는 향을 고른다. ‘짤그락, 짤그락’ 유리병 속 스포이트를 넣고 빼는 소리가 공방 안에 분주하게 울려 퍼진다. 맡아본 향 중에서 마음에 드는 향을 두 가지씩 골라 강사와 상의를 한다. 1차 테스트 향을 만들기 위해서다. “이 토마토 리프는 어떠세요? 아이비를 넣으면 파우더리한데, 이 향은 덜 싱그러운 향이 나니 둘 중 한 번 골라보세요.” 선생님이 건네는 한마디마다 고민이 깊어지지만 처음 이미지를 잊지 않기 위해서 계속 향을 맡고 비교해 본다.
드디어 1차로 제조한 향이 완성됐다. 가장 먼저 만든 조현주 씨가 “와”하고 탄성을 내뱉는다. 뒤이어 다른 참가자들도 그럴싸하게 만들어진 향수가 신기한 듯 몇 번이고 시향지에 코를 대어본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총 4번의 단계를 통해 내가 원하는 향수를 만들어가기 때문에 만약 첫 번째 시향에서 원하는 향이 나오지 않더라도 조급해할 필요는 없다. 다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표정으로 1차 향에서 아쉬운 점을 찾아본다. 2차 테스트에서는 확신이 점차 사라지는 듯 옆자리 사람에게 객관적인 평가를 요청한다. “두 가지 중 어느 것이 향이 저와 잘 어울리나요?” “2번이 나은 거 같아요! 저는 어떤가요?”와 같은 대화가 분주하게 오간다.
이제 대망의 3차 향 제조. 앞서 만든 1, 2차 향과 비교하며 블라인드 테스트를 해본다. 지친 코를 한 번 쉴 수 있게 커피 향을 맡은 후 테스트에 임한다. 원하는 한 가지를 혹은 두 가지를 골라 팔목에도 뿌려본다. 사람의 피부 유형이나 체온에 따라서 향의 표현법이 달라지므로 어느 향수라도 꼭 직접 테스트하는 것이 좋다. 강사가 참가자들의 피부를 만져보며 평소 향수 발향 상태도 체크해준다. 마치 무당이 점괘를 맞추듯 평소 향수습관을 설명하자 “맞아요! 그래서 저는 잔향이 남는 향수를 좋아해요!” “묵직한 향을 자주 뿌렸어요”라며 너도나도 맞장구를 쳤다.
그 와중에도 “우리 애가 좋아할까요?”라며 자녀에게 줄 선물을 만드는 박선영 씨는 다른 참가자들보다 더 신중하게 향을 맡는다. 사춘기 소녀인 만큼 아이의 마음에 꼭 맞춘 선물을 주고 싶은 마음에서다. 최진용 씨도 피부에 살짝 뿌려본 향을 맡더니 최종 레시피를 확정했다. 시향시 마음에 들었던 ‘통카넛’을 중심으로 너무 가볍지 않으면서도 질리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향을 만들었다.
숱한 고민 끝에 모두 나만의 향수 레시피를 완성했다. 테스트 때와는 달리 많은 양의 원액을 넣고 섞어야 하니 움직임이 신중해진다. 이제 병에 담고 원하는 라벨을 병에 붙이면 향수 만들기 완성이다. 자신의 향수를 돌려받은 참가자들은 각기 다른 향수를 만들었지만 보람만은 모두 똑같이 느끼는 듯했다. 이번 가을은 아마 내가 만든 향수와 함께 어느 때 보다 더욱 진하게 기억될 것이다.
한 달에 한번 ‘강남 클라쓰’에서 구독자 참여 수업이 열립니다. 특별한 추억을 만드는 [크리스마스 쿠키 만들기] 참여를 원하는 분은 간단한 사연과 함께 이름, 연락처, 주소 등을 강남라이프 편집실로 보내주세요. 많은 신청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