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그림책 (왜 띄어 써야 돼?)
한글! 띄어쓰기를 잘못하면
뜻이 달라져버려요!
출판사:
길벗어린이
글·그림:
박규빈
오늘도 저는 선생님께 혼이 났어요. 띄어쓰기를 틀렸기 때문이에요. 띄어쓰기는 너무 어려워서 모두 없어져 버리면 좋겠어요. 왜 꼭 글자를 띄어 써야 하나요? 집에 왔더니 제 쓰기 공책을 보고 엄마까지 버럭 화를 냈어요. “몇 살인데 아직도 띄어쓰기를 제대로 못하니? 다시 써 봐!” ‘엄마 가방에 들어가신다.’ 소파에 앉아 있던 아빠도 다시 써보라고 말했어요. 저는 씩씩 거리며 글자를 써 내려갔어요. ‘아빠 가방에 들어가신다.’ 순식간에 엄마, 아빠가 가방에 들어가 버리고 말았어요! 방으로 들어온 저는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공책에 써보았어요. ‘엄마랑 아빠가 방에 들어가신다.’ 그제야 가방에서 제 방으로 들어오게 된 엄마와 아빠는 눈을 부릅뜨며 다른 쓰기도 시켰어요. ‘아빠 가죽을 드신다.’
맛없는 가죽을 우물우물 씹게 된 아빠가 제대로 띄어 쓰라며 소리를 질렀어요! 저는 그 모습이 조금 웃겼지만, 괴로워하는 아빠를 위해 다시 공책에 적었어요. ‘아빠가 죽을 드신다.’ 맛있는 죽을 먹게 된 아빠는 그렇게 쓰는 거라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어요. 이번엔 제 띄어쓰기 공부 때문에 합창단에 늦었다는 엄마를 보고 새로운 문장을 써봤어요. ‘엄마는 서울 시어머니 합창단’ 그러자 엄마는 할머니가 되어버렸어요! 흰머리도, 주름도 가득해진 엄마를 보고 슬퍼진 저는, 다시 쓰기 공책에 적었어요. ‘엄마는 서울시 어머니 합창단’ 어느새 엄마, 아빠는 완전히 지쳐보였어요. 저는 웃으며 말했어요.
“앞으로 잘 띄어 쓸게.”
오늘 제 띄어쓰기 때문에 좁은 가방에 들어갔다가, 딱딱한 가죽을 먹었다가, 갑자기 할머니까지 되었던 아빠, 엄마를 위해서 앞으로는 어려워도 잘 띄어 써야 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