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cal + Economy 로컬이라 더 힙한 소비
‘로컬’이 촌스러움을 벗었다. 젊은이들 사이에는 ‘로컬=힙한것’이라는 인식이 생기면서 특정 지역의 감성이나 특색이 담긴 것을 힙한 문화로 받아들이는 이른바 ‘로컬 힙’이 부상했다. 이는 로코노미라는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만들어내며 지역 상생을 넘어 경제의 선순환을 일으키는 힘이 되고 있다.
로코노미는 ‘로컬(Local)’과 ‘이코노미(Economy)’의 합성어로 지역의 특산물과 지역색을 활용한 상품을 소비함으로써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 활동을 의미한다. 지역 특산물을 소비하는 것 자체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로코노미라는 새로운 이름표를 달고 부상하는 이유는 이것이 가치소비라는 최근의 소비 트렌드와 맞물려 시너지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상생’ 차원에서 지역 농수산물을 구매하던 시혜적 소비와는 결이 다르다. 소비자들은 제품 자체뿐만 아니라 제품이 만들어지는 배경, 지역의 문화와 전통등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가치에 주목한다. 종종 로코노미가 자신의 취향과 신념, 가치관을 드러내는 방식이 된다. 특히 차별화된 ‘경험소비’를 중시하는 MZ세대에게 로코노미제품은 ‘착한 소비를 한다’는 이미지로 인식된다.
로코노미는 반짝 유행이 아닌 식음료 트렌드의 한 축으로 성장 중이다. 특히 식품·유통업계는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다양한 마케팅으로 로코노미 열풍을 가열시키고 있다. 글로벌 햄버거 프랜차이즈의 ‘한국의 맛’ 프로젝트는 대표적 로코노미 마케팅 사례로 손꼽힌다. 2021년 창녕 갈릭버거를 시작으로 2022년 보성 녹돈버거, 2023년 진도 대파크림크로켓버거로 이어졌으며 올해는 진주 고추크림치즈버거를 출시해 매출을 견인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버거’에 대한 관심을 넘어 창녕의 마늘, 보성의 녹돈, 진도의 대파에까지 관심을 보이며 지역에 매력을 느낀다는 것이 재미있는 대목이다. 로코노미는 지자체와 자치구로도 번지고 있다. 강남구에서도 지역 도시와 자매 결연을 맺고 특산물 장터를 열어 지역과의 상생을 추구하고 있다.청도 미나리, 상주 곶감, 괴산 배추, 나주 배 등 자매 결연을 맺은 도시의 상품을 직거래 장터를 통해 수시로 선보이며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파는 부재료로 많이 쓰인다. 대파를 주재료로 삼는 대파 김치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음식에서 향신료 역할을 담당하는 농산물이다. 소비를 급격하게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어 대파 풍년이 들면 가격 폭락을 우려해 산지 폐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전국 대파의 40%가 생산되는 진도에서는 대파축제 등으로 소비 진작을 시도해도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런 대파가 로코노미 트렌드에 힘입어 그야말로 ‘대박’이 났다.
대파 열풍은 맥도날드가 진도 대파를 주재료로 한 버거를 출시하면서 시작됐다. 던킨도너츠도 대파를 주재료로 한 도넛과 팝콘을 출시했다. 커피전문점에도 대파향기가 나고 있다. 빽다방이 대파와 라떼라는 기상천외한 조합의 신메뉴를 출시해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끌었다. 대파 열풍은 편의점으로도 번졌다. 세븐일레븐은 대파라면을 출시한 데 이어 대파크림 떡볶이를 선보였으며 CU에서도 대파를 활용한 도시락, 핫도그, 김밥, 주멉밥 등의 간식거리를 내놨다. 이처럼 대파의 풍미를 살린 먹거리가 젊은이들 사이에 힙한 먹거리로 부상하면서 SNS등을 통해 대파 레시피가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