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에서만 볼 수 있는 첨단의 볼거리. 거리 위를 달리며 분주히 먹거리를 배달하는 로봇의 모습은 강남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상이 되었다. 지난해 7월 기초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로봇산업의 육성 및 지원 조례’를 제정해 로봇산업을 진흥해 온 그간의 성과가 현실로 이어지며 구민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있다.
보도블록 위를 달리는 하얀 물체. 사람들 사이를 요리조리 잘도 피하더니 횡단보도 앞에서는 파란불이 켜질 때까지 기다린다. 고객이 주문한 음식을 안전하고 신속하게 배달하는 이것, 바로 AI 기반의 배달로봇 ‘딜리’다.
코엑스몰 지하 1층에는 외부에서 주문이 들어올 때 로봇을 통해 배달해주는 6개의 업체가 입점해 있다. 고객이 매장을 찾아 직접 테이크아웃하기도 하지만, 코엑스몰 내부 혹은 건물 밖에서 주문해도 고객의 손까지 로봇이 척척 배달해준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로봇 배달은 강남구의 ‘로봇산업의 육성 및 지원 조례’에 힘입어 로봇 배달에 필요한 일체의 비용이 들지 않는다. 즉, 배달료가 ‘공짜’라 업체와 고객 모두 부담 없이 로봇배달을 이용할 수 있다. 업주들은 “지금껏 배달 없이 매장 판매만 해왔는데, 로봇 배달을 시작하고부터 주문량이 늘고 배달료도 들지 않아 이익에 도움이 된다”는 반응이다. 고객들 역시 “처음에는 사용법을 몰라 어색했지만 이용할수록 편리함을 느낀다”며 로봇 배달에 후한 점수를 준다. 현재 배달로봇 ‘딜리’가 배달 가능한 곳은 코엑스몰 전 구역과 코엑스몰 건너편 테헤란로87길 일대의 6곳이 있다.
강남구청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환영해 주는 이가 있다. 사각지대에 있어 쉽게 찾기 어려운 ‘여권’ 창구, 그 위치를 안내하는 이가 있다. 바로 강남구 안내로봇 ‘강남이’이다. 단순하고 반복적인 안내 업무는 ‘강남이’가, 복합적 민원 해결은 직원이 분담하여 민원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있다. 강남미래교육센터에도 학생들을 위한 로봇이 있다. 호기심 가득한 아이들에게 똑똑한 친구이자 선생님이 되고 있는 안내로봇은 교육 콘텐츠를 해설하는 맞춤형 안내 보조자로 활동하고 있다. 직원들의 근무환경은 개선되고 로봇에 대한 호기심과 편리함으로 주민들의 만족도 또한 높다.
양재천 하늘에 드론이 떴다. 서울시 자치구 최초, 드론을 이용한 방역 현장의 모습이다. 10월까지 주 2회 실시하는 방역 드론은 차량과 사람이 진입하기 어려운 등산로 경사면, 하천, 공원 등에 토양에서 추출한 미생물, 천연물질 성분의 환경친화적인 약품을 뿌린다. 드론을 이용한 스마트 방역 덕분에 올해는 더욱 쾌적한 강남이 될 전망이다.
지난 7월 강남구 수서동에 로봇 연구시설인 ‘강남 로봇플러스 테스트필드’가 새롭게 문을 열었다. 서울에 공공기반 로봇 시설이 들어선 건 강남구가 최초다. 1800평 규모, 2개 동 건물로 이뤄진 테스트필드에는 로봇 80여 대, 50여 종의 장비를 갖추고 여러 기관이 협업하여 로봇을 실증하고 연구한다. 1관 협업지능 실증개발지원센터는 인공지능이 더해진 산업용 로봇의 상용화를 위한 실증 및 기술을 개발하는 사업을 하고 2관 마이스터 로봇화지원센터는 중소기업의 공정시스템을 단기간에 고도화하기 위해 제조업 숙련공의 기술을 학습하는 로봇을 연구한다. 강남구는 10월 시설 유휴공간에 서비스로봇 테스트 베드 준공도 앞두고 있다. 이곳에서 실제 도로와 유사한 환경을 조성하여 배달로봇·순찰로봇 등을 자유롭게 시험 운행해 볼 수 있게 된다. 향후 주민들을 위한 로봇 랩 투어 및 견학프로그램도 진행할 계획이다. 대한민국 로봇 사업의 성장을 이끌어가는 강남구의 다음 행보가 기다려진다.
지난 7월 테헤란로 일대가 축제장으로 변신했다. 한국과학기술회관과 강남스퀘어 거리에 마련된 ‘제1회 테헤란밸리 과학축제’ 현장, 달탐사 로봇인 ‘로버’에 대한 설명을 듣는 어린이들의 눈빛이 반짝인다. 직접 조종하여 로봇끼리 대련을 펼치기도 하고, 조립용 블록으로 로봇을 만들기도 한다. 강남스퀘어 거리에는 대형로봇 분장을 한 마임이스트가 거리를 돌며 축제 분위기를 돋우었다. AI 체험부스에서는 표정과 목소리 톤을 분석해 나에게 어울리는 음악을 추천하고 누리호 AR발사, 자율주행 이동로봇, 에어택시, 팝드론 등 시민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다채로운행사가 펼쳐졌다.
앞서 5월에는, ‘제2회 강남 로봇플러스 페스티벌’이 코엑스 광장에서 열렸다. 2미터가 넘는 거대한 타이탄 로봇이 화려한 댄스를 선보이자 관람객들은 환호성과 탄성을 질렀다. ‘가족과 함께하는 로봇도시 여행’이라는 주제로 서울로봇고등학교, 광운대학교 등 5개 학교 및 각종 기관과 40여개 로봇 기업들이 함께 참여한 이 행사는 헬스케어 및 재활치료, 휴머노이드와 자율주행, 실내·외 배송, 산업용 협동로봇 등 각 영역에서 구현되고 있는 다양한 로봇을 체험할 수 있었다. 일상으로 스며든 로봇 기술이 음식을 배달하고 민원을 해결하며, 삶을 풍요롭게 하는 축제가 되는 도시. 강남의 오늘이자 로봇친화도시에 성큼 다가선 미래의 단면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