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의 소비 트렌드 탐구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소비, Ditto

‘수많은 선택지 중에서 무엇을 선택하고 구입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일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이럴 때 믿을 만한 누군가가 “이거 좋다”라고 한마디 거들어준다면 선택의 고민 없이도 빠르고 효율적인 소비가 가능해진다. 단, ‘믿을 만한’이 관건이다. 디토(Ditto) 소비에서 그것은 사람이거나, 콘텐츠이거나, 커머스이다.

디토 소비

취향 저격, 나도 그래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의 디토(Ditto) 소비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판매량 부진으로 단종을 앞두고 있던 텀블러를 구입하려고 갑자기 미국의 Z세대들이 밤새 줄을서서 오픈런을 하질 않나, 한국의 냉동 김밥을 먹는 틱톡 영상이 조회수 1,000만 회를 넘기더니 미국 전역 마트의 냉동 김밥이 모조리 품절 되는 기현상이 발생했다. 우리나라도 다르지 않다. 한 인플루언서가 추천한 가성비 앰플이나 노래 가사의 한 구절로 등장한 밤양갱이 갑자기 품절 대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맥락 없는 소비 현상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트렌드 코리아 2024’의 저자 김난도 교수는 이러한 현상을 ‘디토 소비’라고 명명하며 인플루언서나 특정 인물이 구입했거나 인기 콘텐츠에서 언급한 것과 동일한 제품을 따라 구매하는 소비 트렌드라고 설명한다. ‘디토(Ditto)’는 “나도 그래”를 의미하는 영어 속어이다.

스탠리 텀블러
ⓒ스탠리 텀블러
ⓒ킴팝
ⓒ킴팝

결정 장애 시대의 합리적 소비 방식

이 같은 디토 소비가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어느 때보다 소비의 선택지가 다양해졌을 뿐만 아니라 소비 환경이 복잡해지면서 의사결정 시간이 길어진 데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정보탐색 같은 수고를 들이는 대신 나를 대신해 구매 의사결정을 내려줄 사람, 콘텐츠, 커머스를 추종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그래서 기성세대가 보기엔 맹목적 모방 소비처럼 보이겠지만 Z세대는 나름대로 ‘취향을 찾는 합리적인 방법’이라 여긴다. 여기저기 기웃거리거나 비교해보지 않고도 빠르고 효율적인 소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소비자의 심리 속에는 더 나은 선택을 놓칠 것 같은 두려움이 존재한다. 이를 FOMO(Fear of Better Option)라고 하는데 자신의 선택 외에 더 좋은 옵션이 있을 것을 우려해 결정을 연기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처럼 다양한 선택지, 복잡한 소비 환경 그리고 그 속에서 느끼는 불안감을 해소할 대안으로 선택한 것이 바로 자신의 취향이나 가치관과 일치하는 사람 등을 찾아 ‘디토’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일각에서는 Z세대들의 이러한 소비 트렌드가 충동소비나 과시 소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기도 한다. 일례로 미국 현지의 잡화점인 트레이드조에서 판매하는 3달러 남짓의 소박하고 평범한 에코백이 또 맥락 없는 열풍을 일으키면서 리셀 가격이 500달러에 육박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 하고 철없는 젊은이들의 일시적 유행으로 치부하기엔 이르다. 이미 전 세계의 소비 지도가 Z세대의 디토 취향에 따라 바뀌고 있다. 기업마다 디토 소비자의 시선을 사로잡을 자사만의 차별화된 가치에 대한 고민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이유이다.

ⓒ트레이드조 에코백
ⓒ트레이드조 에코백

디토 소비를 도와주는 커뮤니티와 커머스 플랫폼

임플로이언서들의 SNS

‘임플로이언서’‘직원(employee) + 인플루언서(influencer)’의 합성어로 SNS 파워를 지닌 기업 내부 직원을 지칭한다. 이들은 회사가 아니라 개인의 입장에서 보다 친근하게 제품의 장단점 등을 솔직하게 전달해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를 상승시킨다. 편의점 회사 직원이 매주 신상 제품을 소개해주는 ‘신상왓씨유(씨유튜브)’, MD가 직원들의 파우치를 엿보는 ‘훈디의 파우치 습격(올영TV)’ 등이 대표적 사례다.

ⓒ씨유튜브
ⓒ씨유튜브
ⓒ올영TV
ⓒ올영TV

쇼핑 플랫폼 판매 1순위에도 '디토'

디토 소비 현상은 커머스 플랫폼에서도 두드러진다. 소비자들은 쇼핑 플랫폼에서 판매 순위 1위를 차지한 제품을 '디토' 하고 있다. 패션 플랫폼의 경우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패션 커뮤니티를 운영해 스타일을 공유하기도 한다. 이러한 플랫폼들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트렌드를 따라가면서도 구매 결정에 드는 시간과 노력을 줄여주는 구매 선택지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무신사 스냅
ⓒ무신사 스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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