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으로 그리는 나의 얼굴 팝아트 초상화 그리기
이번 호 원데이 클래스는 누군가의 얼굴을 팝아트 스타일로 화폭에 옮기는 수업이다. 일설에 의하면, ‘그리다’와 ‘그리워하다’가 같은 어원을 갖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누군가의 얼굴을 지긋이 들여다보는 일은 흔치 않을뿐더러 애정 없이는 힘든 일이다.
파란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하늘에 마음마저 맑아지던 화창한 날, 너른 창으로 환한 빛이 들오는 샤뜰리에 화실에는 색색의 아크릴 물감과 붓, 캔버스가 가지런히 놓인 채 참가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캔버스에는 참가자들을 위한 밑그림 준비돼 있었다. 참가자 중 세 명은 자화상을, 한 명은 남편의 초상화를 그릴 예정이다. 다른 클래스와 달리, 이번 클 래스에는 두 명의 강사가 참가자들을 맞았다.
물감이 묻은 앞치마를 메며 화실 이곳저곳을 두리번거리는 참가자들의 얼굴에는 기대감이 비쳤다. 곳곳에 물감이며 각종 화구가 놓인 공간은 영락없는 화가의 작업실이다. 캔버스의 크기는 비교적 작은 것이었지만, 참가자들의 부담은 절대 작지 않아 보였다. 참가자들은 우선 각자의 자리에 앉아 오늘 그릴 인물과 어울릴 만한 배경색을 골랐다. 저마다 좋아하는 색과 그림에 어울릴 만한 색조에 관해 강사와 의논하며 선택의 폭을 좁혀갔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권지연 씨는 개나리, 김수현 씨는 연파랑, 전지상 씨는 핑크, 남혜영 씨는 네이비를 선택했다.
이제 각자 고른 색을 캔버스에 칠할 차례다. . 클래스에서 사용한 아크릴 물감은 물로 농도를 조절하는 게 까다롭고, 질감이 단단해 붓 자국이 쉽게 남는다. 하지만 건조가 빠르고 발색이 좋아 원데이 클래스에 이만한 재료가 없다고 한다. 잔뜩 긴장한 참가자들의 붓끝이 살짝 떨렸다. 강사들은 참가자들의 불안을 진정시키며 이렇게 말했다.
“아크릴 물감은 빨리 마르기 때문에 과감하게 칠하세요.
마른 후에는 매니큐어처럼 덧칠할 수 있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
배경 색칠이 끝나면 얼굴을 채색할 차례다. 이미 강사들은 클래스에서 그릴 사진과 밑그림을 합성해 참가자들이 쉽게 채색할 수 있도록 가이드를 마련해 두었다.
넓은 면적을 칠하던 붓을 세필로 바꿔 구체적인 묘사가 시작됐다. 연한 붓질로 조심스럽게 색을 칠하다가도 아크릴 물감이 마를세라 손이 분주해지기도 한다. 김수현 씨는 옷의 디테일을 과감하게 생략하고, 다른 부분에 더 큰 노력을 쏟기로 했다. 무엇보다 그림을 완성하는 게 첫 번째 목표이기 때문이다
“이 그림은 태어난 지 이제 한 달 된 조카에게 주고 싶어요.
그림으로라도 저를 더욱 친숙하게 기억하면 좋겠어요.”
평면적으로 넓게 색을 칠한 바탕 위에 조금씩 구체적인 묘사가 더해지니 참가자들의 그림에 생동감이 돌기 시작했다. 그림 그리기가 처음이라는 전지상 씨의 디테일 묘사는 참가자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특히 원본 사진의 잔머리 하나까지도 놓치지 않으려는 꼼꼼한 묘사가 돋보였다. 남편의 얼굴을 그리는 남혜영 씨는 구체적인 묘사 때문에 고군분투하는 모습이었다. 수염과 커피잔, 이어폰 등 남편의 사진에는 그릴게 생각보다 많았기 때문이다. 권지연 씨는 자화상을 하나하나 담담하게 완성해 나갔다.
이목구비를 그리는 단계에 접어들자 참가자들은 또다시 고비를 만났다. 이목구비 묘사는 작은 실수도 인물의 인상을 쉽게 바꿔 버리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강사들이 자리를 바꿔 앉으며 붓을 들었다. 신묘하게도 몇 차례의 터치만으로도 인물의 인상이 그럴싸하게 바뀌었다.
이윽고 참가자들이 하나둘 붓을 내려놓고 커피잔을 들어 올리며 그림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림이 마무리됐다는 신호다. 제아무리 건조가 빠른 아크릴 물감이라지만, 캔버스에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으려면 약
간의 시간이 필요하다. 참가자들은 커피를 음미하며 자신들의 작품을 지켜보았다. 얼마의 시간이 흐르고 강사가 “적당히 말랐을 테니 그림을 포장하겠다”라고 하자 참가자들의 얼굴에는 후련함과 아쉬움이 표정으로 묻어났다. 그리고 화실을 나와 걸어가는 뒷모습에는 긴장했던 시간을 벗어나 나만의 초상화를 갖게 된 이들의 기쁨이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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