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그림책 《안녕, 내 비밀번호!》 비밀번호가 생겨서 어른스러워지는 건 아니야!
출판사:
다림
글·그림:
문정옥, 이덕화
나는 2학년이 됐지만 가족들은 여전히 나를 ‘꼬마야’라고 불러. 나는 집안의 늦둥이거든. 요즘엔 식구들의 휴대 전화나 게임기, 텔레비전에 현관문까지 모두 비밀번호가 걸려있는데 나에겐 알려주지 않아서 화가 나. 그런데 사실, 그럴만한 일이 있었어. 전에 누나 친구들이 왔을 때였어. 누나 친구들이 나에게 다 컸다고 하는 말에 신이 나서 집 비밀번호까지 말해버렸지, 뭐야. 그때부터 나는 비밀번호 없이 카드키로 문을 열어야 하는 신세가 돼버렸어. 현관 비밀번호를 알아내려고 노력해 봤지만 다 실패했어. 요즘엔 가족 모두가 자신의 중요한 건 비밀번호를 걸어 놓는데 나만 없는 것 같아 속상해. 그래서 더 이상 꼬마로 취급당하기 싫은 나는 이렇게 결심했어.
“나한테 비밀번호 걸기!”
속으로 나만 아는 비밀번호를 걸고 이 번호를 말하지 않으면 누구와도 말하지 않기로 했어. 나에게 비밀번호가 생기다니 너무 신이 났어. 장난꾸러기인 나는 학교에서도 말하지 않았어. 아무도 내 비밀번호를 알지 못했으니까! 처음엔 어른이 된 것 같아 좋았어. 하지만 가족들의 걱정이 시작됐고, 심지어 비밀번호까지 잊어버리는 바람에 말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게 됐어. 너무 힘들었어. 누나와 형이 걱정하며 “꼬마야, 기운 내”라고 위로했어. 그러자 엄마가 누나와 형을 꾸짖으셨어.
“자꾸 꼬마라고 하지마. ‘두리’라고 불러!”
그 말에 나는 번뜩 비밀번호가 떠올랐고, 마침내 비밀번호에서 풀려나 말을 하게 됐어. 가족들은 모두 기뻐했고, 나는 마치 날아갈 듯 시원한 기분을 느꼈어. 그리고 나는 내 비밀번호에게 이별을 고했어. 잘 가, 내 비밀번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