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은 채식주의자를 뜻하는 베지테리언(vegetarian)의 앞뒤를 따서 만든 단어다. 이 말은 1944년 비건협회의 창립자들이 영국의 베지테리언협회에서 분리하면서 처음 사용했으며, 동물성 식품을 전혀 섭취하지 않는 채식주의자를 구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비건을 정의하는 것은 꽤 까다로운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아무튼, 비건》의 저자 김한민 작가는 비건을 이렇게 정의한다.

“비건이란 단순 채식주의자가 아니다. 비건은 동물로 만든 제품의 소비를 거부하는 사람이자 소비자운동이다. 고기는 물론, 치즈나 우유 같은 유제품, 달걀, 생선도 먹지 않으며, 음식 이외에도 가죽, 모피, 양모, 악어가죽, 상아 같은 제품도 사지 않는다. 좀 더 엄격하게는 꿀처럼 직접적인 동물성 제품은 아니 지만 동물을 착취해서 얻은 제품도 거부하며, 같은 의미에서 돌고래 쇼 같은 착취 상품도 거부한다. 하지만 이 중에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게 음식이니, 엄격한 채식이라고 알고 있어도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김한민, 아무튼, 비건(위고, 2018), 15p

한편, 비건이 동물성을 배제하는 이유는 환경 문제도 한몫한다. 육류 소비가 탄소 배출량을 늘리기 때문이다. 또한, 동물성 식품이 식물성 식품을 생산할 때보다 물과 경작지, 비료 등을 더 많이 소비한다.

때론 엄격하게 때론 유연하게

최근에는 유연하다는 의미의 영어 단어 플렉시블(flexible)과 베지테리언을 합쳐 플렉시테리언(flexitarian)이라는 단어도 등장했다. 이들은 채식을 지향하되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육류를 섭취하기도 하는 유연한 식습관을 가진 채식주의자라 할 수 있다. 한편, 비건은 영양소의 부족이나 과잉 섭취로 인한 건강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진짜 비건이 되려면 오히려 잘 챙겨 먹어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 완벽한 채식이 아니더라도, ‘비건의 삶’은 각자의 상황에 따라 다양한 실천이 가능하다.

비건의 또 다른 가치는 개개인의 식성과 취향, 이념과 개별성이 존중받는 사회를 지향한다는 데에 있다. 더군다나 그것이 개인의 건강뿐만 아니라 지구 환경까지 염두에 둔 행동이라면 동참해 볼 만하지 않을까.

채식주의를 위한 강남구 ‘핫 플레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