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내 곁엔 소중한 사람들이 있어 창작 동화책 《꽝 없는 뽑기 기계》
출판사:
비룡소
글·그림:
곽유진, 차상미
나는 그날 이후 뽑기를 하지 않아. 우리 가족은 아빠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여행을 가고 있었어. 나는 뽑기 딱 한 판만 하겠다고 아빠 엄마에게 졸랐어. 아빠는 “그래, 딱 한 판만이야, 알겠지?”라고 하시며 핸들을 돌렸어. 차가 방향을 바꾸려는데…. ‘꽝!’ 내가 꽝을 뽑아서 이렇게 큰 소리가 난 건가? 눈을 뜨니 하얀 천장이 보였어. 나는 그날 이후로 뽑기도, 사람들과 대화도 하지 않아. 치과에도 가야 하고 미술 치료도 받아야 하지만 엄두가 나지 않아. 학교는 더더욱.
그러던 어느 한적한 토요일, 나는 시원한 바람을 따라 낯선 골목길을 걸어가고 있었어. 그런데 웬 남자아이가 나타나 ‘꽝이 없는 뽑기 기계’를 하자고 이끌었어. 주저하는 나에게 남자아이는 겁내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줬어. 결과는 1등이었어. 1등 상품은 낡은 칫솔 두개. 솔직히 실망했지만 즐거워하는 그 아이 때문에 집으로 가져가 서랍에 넣어 두었어.
그리고 나는 다시 바람을 따라 그 골목길을 찾았어. 이번엔 여자아이가 있었어. 나는 그아이와 함께 또 꽝 없는 뽑기 기계를 뽑았어. 이번에도 1등이었고 낡은 책과 색연필이 상품이었어. 우리는 함께 웃었어. 그 아이는 웃는 내 입속을 들여다보더니 용기를 내 치과에 가라고 했어. 나는 오랜만에 그림일기를 쓰고 잠이 들었어. 꿈에는 가족 여행을 떠나는 우리 가족이 나왔어. 그리고 ‘꽝’ 소리에 깨어나 엉엉 울었어. 그러자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언니가 달려와 안아주었어. 언니는 몇 번이고 말했어.
“네 잘못 아니야. 잘못한 거 하나도 없어”
나는 어제 라볶이를 해주신 영준이 어머니께 감사하다고 인사드렸어. 1등 상품으로 받은 낡은 칫솔로 운동화도 빨았고, 무서워하던 치과에도 갔지만 생각보다 괜찮았어. 학교에도 다시 나갔어. 교실 문을 열자 친구들이 반겨줬어. 그래, 괜찮아. 내 곁엔 언제나 소중한 사람들이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