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 쇼펜하우어의 행복한 인생을 위한 조언 강용수 작가의 인문학 콘서트를 찾아
봄날 저녁의 낭만이 감도는 강남구청 로비에 속속 청중들이 들어섰고 200여 개의 객석이 가득 찼다. 박명숙 소프라노가 〈꽃구름 속에〉와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를 열창하자 인문학 콘서트의 분위기가 무르익기 시작했다. 고려대 철학연구소 연구교수인 강용수 작가가 이날 펼친 강연의 주제는 ‘마흔에 시작하는 행복한 삶’이었다.
“지식과 경험을 쌓고 일과 인간관계에서 치열하게 사는 20~30대를 거친 40대는 인생의 초가을로 접어드는 시기이고 열매를 맺어야 할 때라고 봅니다. 수많은 시험대를 거쳐 자리 잡기 시작한 이때 ‘산다는 것은 괴로운 것이다’라고 설파한 쇼펜하우어의 말에 깊이 공감할 수 있다고 봅니다. 비로소 상대적인 행복이 아닌 절대적인 행복을 생각할 때이죠.”
강 작가는 흔히 염세주의 철학자로 알려진 쇼펜하우어가 실은 누구보다 행복하게 살고자 노력한 사람이었다고 소개했다. 작가는 쇼펜하우어가 마음의 위기를 겪고 있는 우리에게 행복의 비법 네 가지를 일러준다고 말했다. 그것은 삶의 지혜, 자기 내면에 대한 집중, 자긍심, 시간의 중요성이다. 자칫 어려울 수도 있는 내용이지만, 강 작가는 자신 경험과 사회상을 예로 들어가며 유머러스한 입담을 풀어내 청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쇼펜하우어는 “삶의 지혜는 즐겁고 행복하게 사는 기술이다”라고 말했다는데, 강 작가가 그 ‘기술’을 하나하나 소개하자 펜을 든 청중의 손이 바빠졌다. 모두 꼼꼼하게 기록해 두고 몸으로 익힐 만한 내용이었다. 강연은 실천적 행복론을 소개하며 막바지에 이르렀다.
“행복은 목적이 아닌 결과입니다. 과거를 후회하고 미래를 걱정하지말고 ‘현재’를 살아야 해요. 외부의 시선에 좌우된 것이 아닌 자신의 성향에 맞는 일을 하며 ‘자신’으로 행복해야 합니다. 모든 이에게 칭찬받으려는 불가능한 욕심을 버리고 인간관계를 줄이고 혼자 지내는 법을 알아야 하죠. 자연과 예술을 즐기며 독서와 명상, 글쓰기, 철학적 사고를 즐기는 것이 행복에 이르는 길입니다.”
이내 청중의 박수갈채가 쏟아졌고 이로써 강연은 끝을 맺었다. 인문학 콘서트에 참가하고자 일원동에서 온 류호선 씨는 “인간관계를 줄이고 독서와 예술을 가까이하라는 내용이 마음에 남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대치동에서 온 모지연 씨는 “인생은 고통과 지루함 사이를 오가는 ‘시계추 같다’라고 한 쇼펜하우어의 말이 인상 깊게 남았다”고 말했다. 이렇게 인문학 콘서트가 만든 잔잔한 파문은 커다란 원을 그리며 강남구청 밖으로 번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