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할아버지의 이야기보따리엔 특별한 게 담겨있다 강남노인종합복지관 이야기보따리 동화구연단
아이들이 정서가 풍부하고 지혜로운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어르신들이 있다. 이들은 배우, 성우, 마술사 등 일인삼역을 거뜬히 하며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낸다. ‘이야기보따리 동화구연단’ 봉사자들이 바로 그들이다.
오늘의 관객은 강남구립선재어린이집 원생 22명이다. 아이들은 눈으로 이곳저곳을 훑으며 어리둥절하기만 했다. 그때 어르신들은 율동과 함께 동요 〈작은별〉과 〈혹부리영감〉을 부르기 시작했고, 아이들은 노래와 율동을 따라 하며 무대에 집중했다. 이렇게 동화구연은 준비를 마쳤다.
어르신들이 이야기보따리를 풀기 시작하자 초롱초롱한 눈망울들이 일제히 빛났다. 아이들은 착한 나무꾼이 모든 도끼를 상으로 받자 ‘와’하며 박수를 쳤지만, 욕심 많은 나무꾼에게 산신령이 호통을 칠 땐 표정이 자못 심각해지기도 했다. 어느새 이야기가 끝나자 아이들의 표정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하지만 아이들의 마음을 모른 체할 어르신들이 아니었다. 어르신들은 시치미를 뚝 떼고 천연덕스럽게 마술을 시연하며 관객들의 아쉬움을 달랬다.
최정숙 어르신은 이야기보따리 동화구연단에서 활동하기 전부터 동화구연에 관심을 갖고 색동회 동화구연 중급지도자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그는 공연이 끝나면“할머니 가지마세요, 이야기 더해주세요”라라며 붙잡는 아이도 있다면서 그럴 땐 “마음이 녹아내린다”고 말했다. 이명신 어르신은 젊은 날 연극 무대에 섰던 실력을 동화구연에 십분 발휘하고 있다. 그는 자원봉사활동을 하면서 “티 없이 맑은 동심을 만나는 행복은 이루 말할 수 없 다"라면서 “봉사라고 하지만 오히려 우리가 받는 기쁨이 더 크다”고 말했다.
2020년부터 강남노인종합복지관은 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의 지원을 받아 노인 자원봉사 활성화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이야기보따리 동화구연단을 운영하고 있다. 할머니, 할아버지 특유의 가없이 푸근한 사랑은 이들 동화구원단의 경쟁력이 아닐 수 없지만, 최정숙·이명신 어르신은 전문성을 기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입을 모았다.
“ 어린이의 집중력은 7분이 한계이므로 이야기의 흐름을 잘 이끌어가야 하죠. 의성어와 의태어, 동작 등을 공부하며 동화구연지도사로서의 역량을 키워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