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로 시작된 ‘인생의 봄날’ 강남장애인복지관 미술 작가 동아리 ‘강남파인아트’
화(火)요일보다 화(花)요일에 가깝다. 일주일에 한 번 ‘웃음꽃’이 활짝 피는 날이기 때문이다. 매주 화요일 강남장애인복지관 2층 미술실에선 미술동아리 ‘강남파인아트’ 작가들이 모여 그림을 그린다. 화폭도 인생도 무지갯빛이다.
꽃샘추위와 봄비가 함께했던 3월 둘째 주 화요일. 바깥 날씨는 매우 우중충하지만, 미술실의 분위기는 아주 화창하다. 작가들의 그림 위에 색색의 눈부신 봄이 당도한 까닭이다. ‘강남파인아트’는 강남장애인복지관의 동아리 지원 사업을 통해 공간 및 전시 지원을 받는 장애인 미술 작가 동아리다. 현재 다섯 명의 화가가 활동 중이다.
“우리 모두 이곳 강남장애인복지관에서 미술 수업을 받은 사람들이에요. 미술반 과정이 끝나고도 미술 활동을 이어가고 싶어서, 5년 전 우리끼리 ‘강남파인아트’라는 동아리를 만들었어요. 미술이 혼자 하는 작업이라 고립되기 쉬운데, 서로 응원하면서 함께 성장하고 있어요.”강남파인아트의 초대 회장 문정연 작가의 말이다.
다섯 명 모두 한국장애인미술협회 소속 작가이자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 등록된 예술인이다. 동아리 회장을 맡고 있는 장원호작가는 “여기서 미술을 배우면서 미처 몰랐던 자신의 재능을 알았다”고 웃으며 이야기한다. 그가 지금 그리는 작품은 남해 다랭이마을의 유채꽃밭이다. 그의 미소가 그의 그림처럼 눈부시다.
“취미를 갖고 싶어 이곳 미술반에 들어왔다가 그림 그리는 행복에 빠져 여기까지 오게 됐죠. 작가의 길을 걷게 된 것도 기쁘지만, 미술이 직업으로 이어진 것도 정말 행복해요. 문정연 작가님과 저는 현재 강남장애인복지관에서 각각 전시기획과 디자인을 맡고 있어요. 지금이 제 인생의 봄날이에요.”
정희정 작가의 그림 중에는 마침 <봄 처녀>가 있다. ‘봄의 전령’인 노루귀를 그린 것인데, 그의 마음이 그림에 그대로 담겨 있다. 이병륜 작가와 문정연 작가는 부부 사이다. 11년 전 대형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두 사람 모두 장애를 갖게 됐다. 깊고 어두운 절망의 터널을 두 사람은 미술이라는 빛을 따라 나란히 빠져나왔다. 현재 이병륜 작가는 유화와 한국화, 서예, 사진을 두루 작업 중이다. 나이로는 막내지만 화가로는 가장 선배인 최원우 작가는 얼마 전 인사동 갤러리 라메르에서 개인전을 성황리에 개최했다. 문정연 작가와 함께 한국미술협회 회원이기도 한 그는 요즘 리스본의 로시우광장을 커다란 화폭에 차근차근 재현 중이다. 그의 완성된 작품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