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과 희소성, 견고성, 전통성, 휴대성 등은 보석의 다섯 가지 요건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지구상의 광물은 약 4천여 종에 이르지만, 이 가운데 50여 종만이 요건에 부합하는 보석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보석일지라도 그 원석에 사람의 노력이 더해져야 영롱한 빛을 발할 수 있다. 끈기와 집념이 융합하며 주얼리라는 결정체를 만드는 것처럼, 홍상규 회장이 젬브로스를 일구는 과정도 다르지 않았다.
1981년, 홍 회장은 익산 귀금속수출공단 조합사업부에서 주얼리 산업계에 첫발을 들였다. 천연 보석은 수입이 금지됐고 국내 업체는 대부분 국산 자수정으로 주얼리 사업을 하던 때였다. 입주업체 관리와 바이어 상담 등 여러 업무를 하면
서 단지 내에 보석박물관을 열어 성과를 내기도 했지만, 홍 회장의 갈증은 해소되지 않았다.
1984년, 홍 회장은 젬브로스를 세운 뒤 홍콩, 태국 등에서 수년씩 거주하면서 천연 보석에 관해 연구하고 현지 업체와도 신뢰를 쌓아갔다. 보석 판별 능력 등을 익히던 콜롬비아 광산에서는 마피아에 쫓기며 위험한 일을 겪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최상의 원석을 수입하기 위해 발품 팔기를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주얼리의 모든 것을 직접 보고 익혀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보내온 세월이 어느새 43년, 홍 회장은 그 시간을 통해 “주얼리 산업은 원칙을 지키며 정직과 신의를 파는 것”이라는 사업 철학을 가슴에 새겼다고 한다.
홍상규 회장은 아침에 보석 감정을 시작하면 저녁이 되도록 시간을 잊는다. 인터뷰를 위해 논현동에 자리한 ‘젬브로스 부티크’를 찾았을 때도 홍 회장은 다이아몬드를 감정하고 있었다. 마치 유럽의 고성처럼 견고하면서도 낭만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젬브로스 부티크는 20여 년 전에 지어진 사옥이다. 이곳에서 보석 감정과 주얼리 디자인, 보석 세공 등이 이루어지고, 그렇게 만들어진 주얼리는 파인주얼리관과 예물관 등에 전시돼 소비자들을 만난다. 해외 현지 광산에서 직접 들여온 원석이 주얼리로 탄생해 소비자에게 전달되기까지의 전 과정을 이곳에 담기 위해 홍 회장은 젬브로스 부티크의 설계에 직접 참여하며 부자재도 하나하나 골랐다고 한다. 홍 회장의 철두철미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제 젬브로스는 5천 개 제품과 1만 개 이상의 누적 디자인을 보유한 주얼리 기업으로 성장했다. 2000년에는 100% 수공예를 보증하는 브랜드 ‘지오로(Gioro)’를 선보이며 국내 주얼리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홍 회장은 젬브로스에 쏟아지는 찬사는 ‘세계 유일의 독창적 가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한다.
열정적으로 인생을 가꾸어 온 사람들에게는 특유의 여유가 표정에 드러난다. 홍 회장은 우리 사회에도 퇴색하지 않는 보석의 빛깔처럼 영롱한 빛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각종 봉사단체 임원을 맡고 대학에서 객원교수로 조형예술을 가르치는 등 여러 방면에서 나눔의 삶을 살아가는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