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라이프」의 열렬한 팬이에요. 좋은 정보를 잘 활용하는 편인데, 이번 ‘베이킹 클래스’는 특히 더 참여하고 싶었어요. 곧 중학교 3학년이 되는 딸에게 특별한 응원의 선물을 해 주고 싶어서요" 손태희 씨의 목소리에 사랑이 가득 담겨 있다. 김혜민 씨와 안영신 씨도 육아의 터널을 건너고 있다. 네 살 어린이를 키우는 김혜민 씨는 현재 육아휴직 중이고, 한 살 아기를 기르는 안영신 씨는 직장 생활을 하다 육아에 전념 중이다. 육아의 기쁨과 힘듦을 오가는 두 사람에게 오늘의 수업은 아주 달콤한 ‘쉼표’가 돼 줄 듯하다. 신윤경 씨는 회사 동료들과 추억을 나누고 싶어 오늘 수업을 신청했다. 직접 만든 수제 디저트를 그들과 같이 먹으면서 초콜릿처럼 진한 동지애를 나누려 한다. “일로 만나는 사람들, 가족, 친구, 이웃에게 저만의 센스 있는 선물을 하고 싶어요. 오늘의 수업이 그 소망을 이루게 해 줄 것 같아요.” 새로운 소망을 가슴에 품고, 백젬마 씨가 아이처럼 눈을 빛내고 있다.
오늘 만들 디저트는 크림치즈 초코 케이크다. ‘사랑의 날’인 밸런타인데이를 앞두고, 누군가를 향한 마음을 달콤한 케이크에 담을 것이다. 첫 순서는 케이크 시트인 제누와즈(Genoise) 만들기다. 각 재료를 정확히 계량한 뒤, 차례에 맞게 섞는 것이 이 과정의 핵심이다. 1호 크기의 제누와즈를 만드는 데는 달걀 3개, 설탕 90g, 박력분 85g, 카카오 파우더 10g, 우유 25g, 버터 25g이 필요하다. 0.01g의 실수도 하지 않기 위해 다섯 사람 모두 자기 앞의 저울에 온전히 마음을 내 주고 있다. “정확해!” 저울 위의 재료가 꼭 맞는 숫자에 이르자 백젬마 씨가 내지른 환호성이다. 현대사회에서 좀처럼 누리기 힘든 ‘몰입’의 즐거움에 다른 사람들도 일제히 미소 짓는다. 잘 저은 반죽을 틀에 넣고 오븐에서 175도로 30분간 구우면 향긋한 제누와즈가 만들 어진다.
완성된 제누와즈는 세 장의 케이크 시트로 만들고, 각각의 시트 위에 물 100g과 설탕 20g으로 만든 시트 시럽을 정성껏 발라준다. 케이크의 촉촉함과 달
콤함을 위해서다. 이제 크림치즈를 얹을 시간이다. 먼저 수분이 거의 없는 크림치즈 200g을 주걱으로 풀어 준 뒤 설탕 30g과 생크림 100g을 넣고 핸드 믹서로 섞는다. 다음 과정은 부드러워진 크림치즈를
짤주머니에 넣어 텅 빈 시트 위를 각자의 방식으로 메워 보는 것.
첫 번째보다는 두 번째 시트에, 두 번째보다는 세 번째 시트에 크림치즈 장식의 완성도가 더 높다. 몰입과 반복의 힘이다. 취미로 홈 베이킹을 배운 적이 있는 안영신 씨는 맨 위 시트에 크림치즈로 ‘물결’을 만들어 놨다. “참 잘하셨어요.” 강사의 칭찬에 안영신 씨의 얼굴이 꽃처럼 환해진다.
드디어 토핑으로 초콜릿을 올릴 차례가 왔다. 맛도 모양도 제각각인 초콜릿들로 각자의 케이크를 모두 자유롭게 장식해 각자 저마다의 개성이 케이크 위에 고스란히 담긴다. 세상에 꼭 하나뿐인 것을 만들어 보는 일은 ‘별 볼 일 없는’ 오늘을 ‘별처럼 빛나는’ 하루로 바꾸는 마법이다. 단지 그 일을 함께했을 뿐인데, 평일에서 기념일로 어느덧 모두 건너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