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곡1동 주민센터 2층에 아이들이 하나둘 도착하자마자 한복으로 갈아입고 책상에 차분히 앉는 폼이 제법 점잖다. 훈장님이 등장하자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 공손하게 공수(拱手) 인사를 한다. 가장 먼저 한학(漢學) 수업을 시작했다. 『대학(大學)』에 나오는 첫 문장을 훈장님의 가르침에 따라 다들 낭랑하게 따라 읽고 그 의미도 반복해서 읊는다.
이어서 대한민국 보물1호 동대문에 대해서도 배워 본다. ‘흥인지문(興仁之門)’이라는 본래 이름을 되찾은 유래를 듣고 퍼즐로 동대문 모형을 만들어 색칠도 해 본다.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신나게 노래를 부르며 ‘동대문 놀이’를 하는데 술래가 걸릴 때마다 다들 환호성을 지른다. 마지막으로 추운 겨울을 훈훈하게 날 수 있는 유자청을 직접 만들어보는 시간까지 가지니, 이보다 더 알찬 겨울방학이 또 있을까?
쌓인 눈이 군데군데 남아 있는 못골한옥어린이도서관(자곡로 7길 3)에서 풍기는 겨울 정취가 더없이 근사하다. 율현관 안에는 낮은 나무 책상과 두툼한 방석이 놓여 있고 단정한 한복에 조바위, 복건까지 갖춘 아이들이 자리를 찾아 앉는다.
못골서당에서도 마찬가지로 훈장님께 공수 인사를 올린 뒤 사자성어부터 배운다. 이날 함께 배운 사자성어는 ‘마부위침(磨斧爲針)’,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의미이다.
한자 공부를 끝낸 뒤 모두가 우르르 안마당으로 나가서 편을 나눠 제기차기, 투호 던지기 등 전통 놀이를 하니 열기와 웃음소리가 담장 밖을 넘는다. 마지막은 ‘주물럭 비누 만들기’ 시간. 화학 성분 없는 천연 비누재료를 열심히 치대고 주물럭거리면서 손의 감각도 느끼고 만드는 즐거움도 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