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당신
조선시대 궁중 연주의 전통을 잇다홍종진
국가무형문화재 대금정악 전승교육사
대금정악(大笒正樂)이란 조선시대 궁중에서 대금으로 연주하던 우리의 소중한 문화자산으로, 우아하고 영롱하며 섬세한 가락이 매력적인 전통음악이다. 홍종진 국가무형문화재 대금정악 전승교육사는 이 아름다운 대금정악의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 오늘도 후학을 가르치며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대금으로 연주하는 바른음악(正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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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무형문화재 대금정악의 전통을 잇고 있는 홍종진 대금정악 전승교육사를 만났다. 이화여자대학교 명예교수이기도 한 그는 3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이화여자대학교에서 후학을 가르치고 국내외 활발한 연주 활동으로 국악을 소개해왔다. 하지만 아직도 대금정악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많다.
대금은 신라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삼죽(三竹, 대금·중금·소금) 중 하나로, 대나무로 만들어 옆으로 들고 부는 관악기 중에서 가장 긴 악기를 뜻한다.
정악(正樂)이란 주로 궁정에서 연주하던 곡으로, 우아하고 바른 음악이란 의미다. 즉, 이 두 단어가 합쳐진 ‘대금정악’은 말 그대로 정악을 대금으로 연주하는 것을 가리킨다.
“대금은 두 종류가 있어요. 궁중에서 연주되던 수제천이나 여민락, 선비들의 줄풍류나 가곡 반주에 사용하던 것을 ‘정악대금’이라 하죠. 반면, ‘산조대금’은 백성들의 음악인 민속예술에서 사용됐고요. 대금정악은 왕실이나 양반들이 정악대금으로 연주한 것을 가리키는 것이에요.”
대금과 함께한 61년의 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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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종진 대금정악 전승교육사가 국악을 접한 것은 중학교에 들어가던 무렵이었다. 국립국악원의 전신인 한국정악원에서 근무했던 외조부의 조언으로 국립국악원 부설 국악사양성소에 들어간 것이 시작이었다. 그곳에서 은사인 녹성 김성진 선생을 만난 그는 중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6년에 걸쳐 국악을 배웠다. 많은 국악기 중에서 대금을 선택한 것은 녹성 선생의 대금 독주를 듣고 반했기 때문이라는 홍종진 대금정악 전승교육사.
“대금 연주는 손이 큰 편인 사람이 유리해서, 키가 작았던 저는 조금 불리한 면이 있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녹성 선생께 ‘그래도 저는 대금이 꼭 하고 싶습니다!’라고 말씀드렸죠. 선생께서는 웃으시면서 ‘그래, 그럼 너는 대금을 해라’하시더군요. 그렇게 시작해서 지금까지 61년 동안 대금을 손에 놓지 않고 있어요.”
어려운 형편 탓에 중간에 그만두고 싶었던 순간도 있지만, 녹성 선생의 주선으로 중요무형문화재 여창가곡의 전승자였던 김월화 예능보유자를 만나 전액 장학금을 받으며 서울대학교를 무사히 졸업할 수 있었다. 이후 서울대학교 석사, 성균관대학교 예술철학 박사 과정을 거쳐 대금의 연주와 국악의 이론, 국악의 아름다움을 연구하고 전승해왔다. 1981년에는 대금정악 이수자, 2015년에는 대금정악 전승교육사가 되어 이화여자대학교부터 이어온 후학 양성도 계속하고 있다. 홍종진 대금정악 전승교육사는 자신에게 남은 시간 동안 계속해서 대금정악을 알리고, 연구하고, 후학을 양성하고 싶다고 말한다. 9월 15일에 있는 공연을 열정적으로 준비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해마다 ‘국가무형문화재 전승자 기획공연’이 열립니다. 올해는 9월 15일 민속극장 풍류에서 <홍종진의 대금정악>을 준비하고 있는데, 대금정악 전수교육생과 같이 연주하기 때문에 더 의미가 깊습니다. 강남구민들이 ‘상령산’, ‘경풍년’, ‘청성염양춘’, ‘함녕지곡’, ‘풍입송’, ‘수연장지곡’ 등을 직접 들어보고 대금정악의 매력을 느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