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동화

<행복한 동화>는 아이와 함께 읽으면 좋은 창작 동화로 채워집니다.

진짜 좋은 건 무엇일까

창작 동화 《된장국과 크루아상》

출판사봄봄출판사
박향희
그림조히
발행2019.3.
  • “또 된장국이야?”

    엄마 아빠가 모두 논에서 일하는 진아네 아침 밥상은 항상 된장국입니다. 흙탕물처럼 뿌연 된장국을 보자마자 식욕이 뚝 떨어진 진아는 아침을 굶고 학교로 향합니다. 논둑을 지나 시장통에 들어선 진아 코에 어디선가 고소한 냄새가 흘러들어옵니다. 고소하면서도 달콤한, 침이 꼴깍 넘어가는 그 냄새는 새로 생긴 빵집에서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빵 냄새 참 좋지? 우리는 아침마다 빵을 새로 굽는단다. 큰 도시에서나 맛볼 수 있는 최고급 원두커피도 있지.”

    간판에 쓰여 있는 빵집 이름은 ‘봉쥬르 베이커리’. 우아한 드레스 위에 하얀 앞치마를 눈부시게 차려입은 아줌마가 빵을 팔고 있었습니다. 개업 기념 빵을 맛본 진아는 빵의 달콤함에 자꾸만 빵이 먹고 싶어져 엄마 아빠에게 하루 이틀 용돈을 받아 빵을 사 먹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손을 씻으러 화장실에 간 진아는 그 우아한 아줌마가 빵을 집는 집게로 등을 긁으면서 도시에서 망하고 왔다며 전화 통화하는 것을 보게 됩니다. 바로 도망쳤지만, 아줌마의 그 모습은 진아를 내내 괴롭혔습니다. 먹지도 않은 빵이 목구멍으로 올라올 것만 같았습니다.

    “여름 무 첫 수확이다. 내일부턴 감자도 캘 거여. 포슬포슬한 맛난 감자여.”

    집 앞에 있던 아빠가 한 입 베어 문 하얀 무는 몹시 시원해 보였고, 흙 묻은 바지를 입은 아빠의 모습은 어느 때보다 든든해 보였습니다. 진아는 아빠가 내민 무를 덥석 깨물었습니다. 무에서 퍼져 나온 달달 시원한 즙이 진아 목구멍으로 꿀꺽 넘어갔습니다. 아빠 덕분인지 무즙 덕분인지 진아의 속은 편안해졌습니다. 그날 저녁 식탁의 된장국은 여전히 흙탕물 색이고 구수한 흙냄새도 났지만, 진아는 처음으로 된장국을 남기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