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역삼2동작은도서관 곽은정 사서

도서관 근무 경력이 많지는 않다. 현재 역삼2동작은도서관에서는 3년째 근무중이다. 그동안 많은 이용자들을 만나면서 흐뭇했던 순간, 당황했던 순간, 불편했던 순간 등 나름 다양한 순간들을 경험했다. 그 중 기억에 남는 순간과 사람들을 회상해 본다.

# 옥수수 향기
역삼2동도서관으로 출근한지 몇 달이 지났을 무렵 도서관을 자주 방문하셔서 안면이 있는 이용자 한분이 대출을 하시면서 불편사항 접수처를 문의한다. 어떤 점이 불편하셨는지 여쭤보니 도서관을 이용하면서 나를 여러 번 봤지만 인사를 받아주지 않아 본인이 무안했다는 얘기다. 상대방의 인상을 무척 좋게 보았고, 나도 나름 친절하게 응대하는 편이라 생각했는데 예상 밖의 상황은 너무 당황스러웠다. 순간 멍해졌다가 정신을 차리고 그럴 의도는 전혀 없었는데 불편을 느끼셨다니 다음부터는 시정하겠다고 죄송하다고 사과의 말씀을 드렸다.

이용자분은 가셨고 나는 한동안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업무처리 불만도 아니고 인사 응대에 대한 불만을 그것도 바로 면전에서 듣다니...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생각이 많아졌다.

문제는 그 일이 있은 후 가끔 방문하는 그 이용자와 마주칠 때 더욱 부자연스러운 내 모습을 발견하면서다. 인사를 안 할 수도 없고 의식적으로 하자니 억지 친절이 되는 느낌이라 어색함과 불편함 속 친절이 공존하며 혼란스러움을 느낀다.

 
어느 날 데스크에 앉아 옆 선생님과 한창 제철인 옥수수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나는 옥수수 귀신이라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옥수수를 좋아한다. 퇴근하면서 한 봉지 사가야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열람석에서 책을 읽고 계셨던 그 이용자분이 어느새 데스크로 오셔서 검은 비닐봉지를 내미신다. 시장 들렀다 맛있어 보여서 샀다며 내미는 봉지 안에는 옥수수 2개가 담겨있다. 고개를 들어 눈이 마주친 순간 우리는 서로 말하지 않아도 알 듯 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어느 날 데스크에 앉아 옆 선생님과 한창 제철인 옥수수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나는 옥수수 귀신이라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옥수수를 좋아한다. 퇴근하면서 한 봉지 사가야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열람석에서 책을 읽고 계셨던 그 이용자분이 어느새 데스크로 오셔서 검은 비닐봉지를 내미신다. 시장 들렀다 맛있어 보여서 샀다며 내미는 봉지 안에는 옥수수 2개가 담겨있다. 고개를 들어 눈이 마주친 순간 우리는 서로 말하지 않아도 알 듯 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이용자분이 떠나신 후 옥수수를 보며 한참을 웃었다. 그 분은 일상의 한 부분인 도서관 방문을 기분 좋은 마음으로 편안하게 하고 싶으셨고 그 안에서 만나는 사람들과도 친밀한 관계를 맺고 싶으셨던 게 아닐까? 그 동안의 불편했던 마음이 싹 사라지는 순간이다. 그 후 우리는 서로 도서 추천도 하며 편하게 대화를 나누는 사이가 되었고 우리 도서관에는 가끔 그때의 그 옥수수 향기가 퍼지곤 한다.

# 보석 목걸이
도서관에는 가끔 이용자들이 놓고 가는 분실물이 생긴다. 필요없는 물건인지 몇 달이 지나도 찾아가지 않으면 폐기처리하고 필요한 물건인 경우 전화를 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 도서관은 공간이 넓지 않아 분실물이 많이 생기는 편도 아니고 보관하고 있으면 대부분 다음날이면 찾아간다.

어느 날 서가를 정리하던 중 바닥에 떨어진 목걸이 한 개를 발견했다. 초록색 보석 펜던트가 달린 금목걸이였다. 도서관에 계신 분들 중에는 분실한 분이 없었고 조만간 찾아오시리라 생각하고 보관하고 있었다. 옆 선생님 얘기로는 요즘 금값도 비싸고 펜던트도 보석같은데 가격이 꽤 나갈 것 같다고 하신다. 헐.. 도서관에서 습득한 가장 비싼 분실물이다. 
 
곧 찾아오실 거라 생각했던 목걸이 주인은 나타나질 않고 이제 처리 문제가 걱정되기 시작한다.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그냥 버릴 수도 없고 경찰서에 신고해야하나? 머리가 아프다. 생각 끝에 목걸이 주인을 찾는다는 게시물을 부착했다. 목걸이 주인을 찾습니다!(유리구두 주인 찾기도 아니고) 그런데... 아무도 관심이 없다. 애가 타는 건 오히려 나다.

곧 찾아오실 거라 생각했던 목걸이 주인은 나타나질 않고 이제 처리 문제가 걱정되기 시작한다.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그냥 버릴 수도 없고 경찰서에 신고해야하나? 머리가 아프다. 생각 끝에 목걸이 주인을 찾는다는 게시물을 부착했다. 목걸이 주인을 찾습니다!(유리구두 주인 찾기도 아니고) 그런데... 아무도 관심이 없었다. 애가 타는 건 오히려 나였다.

며칠이 지났을까? 자주 오시는 어르신 한분이 대출하시면서 게시물을 유심히 보시더니 혹시 초록색 비취 목걸이냐고 물어보신다. 아, 비취 보석이구나. 보석에 문외한이라 무슨 보석인지도 몰랐다. 생김새를 자세하게 설명해주시는데 맞는 것 같아 보여드렸더니 본인께 맞다며 너무 고마워하신다. 오히려 저희가 더 고맙죠. 집안 곳곳을 다 찾아도 없어서 포기하고 있었다며 팔순기념으로 자녀들이 반지, 목걸이 세트로 맞춰 주신 거라는데 잃어버리고 많이 속상하셨다고 한다.

밥을 사주시겠다는 걸 정중히 거절했더니 댁에서 각종 사탕과 과자를 한 봉지 가득 가져다주셨다. 사탕은 바구니에 담아 데스크에 놓아두고 이용자들에게 나눠드렸더니 반응이 좋았다. 돌고 도는 나눔의 정이다. 그 후로도 어르신은 자주 책을 대출하러 오셨고 오실 땐 주인 찾은 목걸이와 함께 반지도 끼고 계셨다. 연세가 있으신 데도 불구하고 도서관에 자주 방문하시며 도서관 없으면 못 산다고 하시는 분인데... 어르신, 건강하게 오래오래 도서관에서 뵈어요.
 
# 도서관 짝꿍
도서관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혼자다. 공부하고 책을 읽는 공간이라 혼자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다. 아니면 자녀들을 동반한 학부모인 경우다. 우리 도서관에는 항상 같이 방문하는 도서관 짝꿍 두 커플이 있다. 한 커플은 초등학교 5학년 동갑 친구 두 명이다. 키 차이가 좀 나서 처음에는 자매라 생각했다.
 
우리 도서관에는 항상 같이 방문하는 도서관 짝꿍 두 커플이 있다. 한 커플은 초등학교 5학년 동갑 친구 두 명이다. 키 차이가 좀 나서 처음에는 자매라 생각했다. 여름방학에 들어간 첫날 아침 도서관 문 열자마자 와서 책을 대출하더니 매일 아침 9시에 정확하게 등장한다. 방학이라 늦잠 잘 만도 한데 부지런하다. 등교를 하는 날에는 잘 볼 수 없지만 방학이거나 등교하지 않는 날에는 항상 아침 일찍 방문하다보니 상호대차 실장님께도 인사를 하게 되고 기특하다고 칭찬받는다.

여름방학에 들어간 첫날 아침 도서관 문 열자마자 와서 책을 대출하더니 매일 아침 9시에 정확하게 등장했다. 방학이라 늦잠 잘 만도 한데 부지런하다. 등교를 하는 날에는 잘 볼 수 없지만 방학이거나 등교하지 않는 날에는 항상 아침 일찍 방문하다보니 상호대차 실장님께도 인사를 하게 되고 기특하다고 칭찬받는다.

다른 커플은 연세 드신 노부부다. 항상 같이 방문하셔서 할머니가 책을 고르고 계시는 동안 할아버지는 옆에서 조용히 지켜보시다 대출이 끝나면 책을 들어주신다. 어르신들이 도서관을 방문하시는 것만으로도 너무 보기 좋은데 부부 동반이라니... 나이 들면 혼자가 편하다고 하던데 다 거짓말이다.

도서관 짝꿍은 도서관을 자주 방문할 수 있는 동기와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 누군가 옆에 있다면 같이 도서관 방문을 계획해보면 일상의 작은 버팀목이 되지 않을까? 도서관 짝꿍이 없는 나는 그들이 한없이 부럽기만하다.
 
사서라는 직업을 선택했거나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그 이유를 물으면 대부분 책이 좋아서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기본적으로 책을 좋아해야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이다. 거기에 사람에 대한 관심과 포용력을 추가하고 싶다.  사람에 대한 애정이 없으면 하기 힘든 일이라는 생각이다. 오늘도 나는 책과 사람에 대한 애정을 듬뿍 담은 도서관이라는 공간 안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며 하루하루 더 성장하고 있다.

사서라는 직업을 선택했거나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그 이유를 물으면 대부분 책이 좋아서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기본적으로 책을 좋아해야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이다. 거기에 사람에 대한 관심과 포용력을 추가하고 싶다. 사람에 대한 애정이 없으면 하기 힘든 일이라는 생각이다. 오늘도 나는 책과 사람에 대한 애정을 듬뿍 담은 도서관이라는 공간 안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며 하루하루 더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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