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못골한옥어린이도서관 윤지은 사서

‘이런 곳에서 일하면 정말 좋을 거 같아요’

한옥도서관에서 근무하면서 종종 들은 이야기다. 한옥의 멋스러움과 아름다운 풍경, 기와지붕을 타고 떨어지는 낙숫물 소리를 들으면 업무 중에도 편안함과 생동감을 느낄 수 있다. 이것은 누구나 겪을 수 없는 아주 특별하고 값진 경험이다. 한옥도서관 근무는 출근길부터 다르다. 아침에 출근해서 자물쇠를 풀고 양쪽 대문을 활짝 열어 줄로 고정시켜주고 나면,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가 나를 반겨준다. 자료실까지 가려면 거쳐야 하는 두 개의 중문 중에서 어느 문을 택할지 잠시 망설이는 것도 매번 새롭다. 대지면적 21,561m²의 한옥도서관은 드넓은 마당과 율현관, 자양당, 양지당, 정자, 그리고 텃밭과 장독대로 채워져있다.


전통과 드넓은 마당이 공존하는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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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도서관의 특이점은 장독대, 텃밭뿐만 아니라 넓은 마당이 있어 마당을 활용한 지역연계 프로그램이 진행된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이전에는 마당에서 지역 주민들이 직접 왕과 포졸이 돼 치르는 과거시험, 인근 학교의 학부모님들과 동아리들이 부스를 설치해 운영하는 ‘장터’, 물총놀이 그리고 다양한 전통 놀이 행사가 이뤄졌다. 코로나 이후 지금은 많은 주민들과 함께하는 행사가 없어 아쉽지만, Zoom으로 진행되는 온라인 프로그램과 더불어 실내에서 할 수 없는 적은 인원의 행사가 마당에서 진행되고 있어 지역 주민들에게 문화생활의 기회를 제공하고, 힐링할 수 있는 장소로서 역할을 해주고 있다.


장 꽃이 피는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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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도서관 뒷마당은 장 익는 냄새가 가득하다. 나는 이곳에서 장 담그는 방법을 처음 알게 됐다. 주민이신 조숙자 명인님, 주민공동체 ‘세자율 된장맘’ 분들과 함께 2018년부터 시작된 ‘장담그기’ 행사를 한 덕분이다. 장담그기 행사는 날이 따뜻해지는 4월 장을 담그기 시작해, 5월에 장을 가르고 오랜 숙성을 거쳐 10월, 비로소 맛을 볼 수 있다. 그야말로 1년의 정성이 담겨져 있는 행사다. 장을 담그는 날의 도서관은 아침부터 한없이 분주하지만, 앞치마와 고무장갑을 끼고 장을 담그는 지역 주민들의 왁자지껄한 분위기와 도서관 가득 퍼지는 장의 구수한 냄새는 시골에 온 느낌을 안겨준다. 일하다 문득 바라본 창문 너머 장독대에는 지금도 장들이 가득담겨 열심히 익어가고 있다. 저 안에는 지역 주민들의 정겨운 손맛과 고사리손으로 하나하나 장을 담근 아이들의 정성스러운 손맛이 가득 담겨있는 것이 아닐까.


새싹이 자라나는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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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좀 틀어주세요!’

어린이 가족들이 책 빌리러 도서관에 왔다가 이 말을 남기고 텃밭으로 향한다. 창문을 넘어 물을 틀어주고 나면 아이들은 자기 가족의 텃밭에 시원한 물을 뿌려준다. 매년 초, 1년 동안 텃밭을 가꿔줄 도서관 가족 농부를 모집한다. 이렇게 모집한 농부들은 상반기에는 상추, 고추, 치커리 등의 잎채소를, 하반기에는 무, 배추 등을 심어 가꿔고 작물을 수확한다. 집에 가는 아이들의 한 손에는 책이, 한 손에는 채소가 한가득 들려있는 걸 보면 뿌듯함에 입가 가득 미소가 지어진다.


한옥도서관 만능 사서

한옥도서관은 ‘한옥의 특성상’ 관리해야 할 것이 정말 많다. 구조 때문에 어디를 가든 이동 거리가 길어 걸어가는 동안 사서들의 두 눈은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인다. 목재에 칠이 벗겨지지는 않았는지, 마당의 흙 상태는 괜찮은지, 청사초롱, 병풍 등 오래된 시설물에 문제는 없는지, 그리고 어딘가 판석이 깨지지는 않았는지 등 한옥에 끊임없이 관심을 가져줘야 하기 때문이다. 비 오는 날 화장실에 가기 위해서는 양말 먼저 벗어 던지고 우산을 꺼내 들어야 하며, 눈 오는 날에는 사서들이 다 함께 마당으로 달려 나가 눈을 쓸어줘야 한다. 벌들의 활동이 왕성한 시기에는 벌 소탕 작전도 펼쳐야 하지만, 새들이 지저귀고 새싹들이 자라나는 이 곳, 장 익는 냄새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한 한옥도서관에서 우리는 오늘도 바쁘게 움직인다.
 
사서이야기 뉴트로 한옥도서관 
arong@gangnam.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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