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강남구민 여러분의 큰 사랑을 받았던 ‘강남의 사서이야기’가 2021년 ‘시즌2’로 돌아왔습니다. 코로나19로 많은 것이 달라진 일상. 도서관을 자유롭게 이용하지 못하는 구민들에게 책 읽는 즐거움을 제공하고자 다양한 프로그램을 모색 중인 강남구립도서관의 사서들. 위드 코로나 시대, 고군분투 중인 강남 사서들의 이야기가 한 달에 한 번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강남의 사서이야기⑬] 언택트 시대, 영상 편집 사서로 살아남기
 
글 : 대치도서관 정윤정 사서

코로나가 창궐한 2020년, 굳게 닫힌 도서관 문은 기어코 열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기존에 진행 중이던 문화 프로그램도 전부 중단됐고, 그렇게 도서관의 모든 대면 서비스는 언제 종식될지 모르는 바이러스와 함께 무기한 연기됐다. 상황의 심각성을 느낀 관장님은 직원들을 모아 긴급회의를 열었다.

“도서관이 장기 휴관에 접어들면서 우리 도서관도 비대면 프로그램을 계획해야 할 것 같아요. 다들 개관하면 도서관이 오프라인 서비스로 돌아올 거라고 예상하지만 앞으로 우리 도서관들도 유튜브 같은 온라인 서비스를 통해 언택트(Untact) 시대에 언제든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현재까지 진행됐던 오프라인 강의까지 전부 촬영해 유튜브에 업로드할 예정이라 윤정선생님이 그 영상을 편집해줬으면 해요. 선생님도 영상 편집이 처음이라 혼자 배워가며 작업하는 게 힘들겠지만 나중엔 선생님한테도 정말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갑작스럽겠지만 이번 주부터 영상이 올라갈 예정이라 오늘부터 바로 편집 업무 시작해야 할 것 같아요. 앞으로 대치도서관의 영상 편집 담당 사서로 잘 해주실 수 있죠?”

날벼락을 맞은 기분이었다. 유튜브는 열심히 시청만 했지 직접 영상을 편집하거나 업로드해본 적도 없었고, 관장님의 기대와는 달리 나는 영상 쪽에는 통 자신이 없었다. 우선 사무실에 돌아와 영상 편집 프로그램부터 설치했다. 편집 프로그램은 누구나 무료로 설치할 수 있는 기본 프로그램을 사용했고, 대중적인 프로그램이었기에 작업하다 모르는 기능이 나오면 유튜브에 검색해봤다. 영상 편집의 고수들이 알려주는 자세하고 친절한 강의를 보며 기능들을 차차 따라해 봤고, 궁금한 점은 댓글로 남겨달라는 말에 댓글을 살피던 중 나는 무척 놀랐다. 나보다 나이가 한참이나 많은 어르신이 영상 편집을 배우고 있던 것이다. 60대가 돼 처음 유튜브를 시작하려는데 이 영상을 보고 잘 배워간다는 댓글은 정말이지 나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그 어떤 말보다 동기부여가 되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하나하나 모르는 기능들을 익혀가며 첫 영상 편집을 마치고 나니 어라…? 생각보다 재밌고 할 만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관장님께 완성된 첫 영상을 보여드렸다.
 
[강남의 사서이야기⑬] 언택트 시대, 영상 편집 사서로 살아남기
 

“그러게 내가 선생님은 금방 배워서 잘할 줄 알았다니까~”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 이후 내가 이어폰을 착용하고 영상 편집을 할 때면 동료 선생님들은 돌아가며 항상 내 자리를 교대해줬다. 매번 데스크에서 내 업무까지 자기 일처럼 맡아 처리해주는 선생님들을 보며 내가 이렇게까지 배려받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감사했다. 우여곡절 끝에 시작한 영상 편집은 선생님들의 격려 속에서 이렇게 나의 전담 업무가 됐고, 굳게 닫혀있던 도서관의 문도 온택트(Ontact) 시대를 맞이해 새롭게 열리고 있었다.

대치도서관은 인문학 특성화 도서관으로 프로그램 내용 또한 인문학이 주를 이뤘다. 내가 영상 편집을 맡은 ‘길 위의 인문학’ 프로그램의 주제는 철학과 예술이었는데, 가볍지 않은 주제인 만큼 오랫동안 대치도서관과 연을 맺어온 실력 있는 명강사님들이 강의를 맡아줬다. 그러다 보니 이 강사님들의 강의는 꼭 챙겨보는 두터운 팬층 또한 어느 정도 나이대가 있는 분들이었고, 여기서 미처 신경 쓰지 못했던 부분들이 드러났다. 아무리 열심히 영상을 편집해 유튜브에 올려도 이용자들이 찾아보지 않는다면 소용이 없었다. 일단 온라인 서비스에 익숙지 않은 중장년층을 어떻게든 유튜브까지 안내하는 게 최우선이었다. 종종 닫혀 있는 도서관 문을 두드리며 왜 프로그램 신청을 온라인으로만 받느냐는 이용자들의 민원이 있었다.

“나는 핸드폰으로 전화밖에 할 줄 모르고, 유튜브는 어떻게 들어가는지도 몰라요!”

그럴 때마다 당장 대면 서비스를 할 수 없는 도서관 상황을 말씀드리고 유튜브에 접속해 강남구립도서관 채널의 구독과 알림을 설정하는 방법까지 차근차근 안내드렸다. 개관을 했더라면 이 프로그램을 듣기 위해 새벽같이 일어나 도서관 앞에 대기했을 분들이었기에 충분히 그 아쉬운 심정이 이해가 갔다. 그렇게 한 분 한 분 유튜브로 모셔온 덕분에 조회 수는 점차 늘어갔다.

 
[강남의 사서이야기⑬] 언택트 시대, 영상 편집 사서로 살아남기

이렇게 제작한 영상은 어느새 총 80강이 됐다. 영상이 올라갈 때마다 이용자분들이 바로 시청할 수 있도록 SNS에도 동시에 링크를 추가하고, 유튜브의 재생 목록 순서가 잘못되진 않았는지, 해시태그는 적절하게 달았는지도 잘 확인해야 했다. 그래도 열심히 홍보를 하다 보면 조회 수가 눈에 띄게 많이 올라 확실히 보상받는 기분이 들었다. 일반적인 도서관 통계와는 달리 유튜브 조회 수만큼은 정직하게 이용률과 이용자들의 관심도를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무엇보다 좋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편집한 영상 수가 늘어나 PC는 결국 용량을 감당하지 못했고, 영상만 따로 보관할 외장하드를 새로 구입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용량이 가득 채워진 만큼 나의 영상 편집 내공도 차곡차곡 쌓여가는 느낌이었다.

열심히 편집한 영상이 날아가 처음부터 다시 편집했던 일도, 업로드 일에 연휴가 겹쳐 도서관에 홀로 남아 야근했던 일도, 변환시간을 기다리며 노트북을 켜고 잠들었던 일도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모두 재미있는 추억으로 남았다. 힘들었지만 누구보다 보람찬 시간을 보낸 듯하다. 사서는 여전히 다른 직업에 비해 비교적 편한 직업이라는 인식이 많다. 하지만 이 글을 보고 나면 이제는 사서가 가만히 앉아서 책만 빌려준다는 단순한 편견에서 벗어나지 않을까 싶다.

도서관 문은 닫혀 있어도 우리 사서들은 언제나 ‘대치’ 중이니까.
 
psh80@gangnam.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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