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손인숙 예원 실그림 문화재단 관장

실그림은 바늘과 실로 작품을 탄생시키는 창작 예술이다. 열 살 때부터 자수를 시작한 손인숙 관장은 독창적인 작품을 선보이면서 ‘실그림’이라는 예술 분야를 개척했다. 더 나아가 전통 자수를 회화, 조각, 복식, 장신구, 건축 등 다양한 분야와 접목해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넓혀왔다.
 
조각, 옻칠, 매듭, 침선 장인 등 각 분야 전통 장인과 협업해 완성한 작품들.
 
해외에서 극찬받은 실그림 예술
30년 동안 개포동에서 살아온 손인숙 관장은 2005년 경남아파트 1층에 자신의 작품을 전시한 아틀리에를 만들었다. 한 땀 한 땀 바느질로 수놓은 실그림 작품은 가구·보자기·장신구·함·초상화·풍속화 등 20여 가지 장르를 넘나든다. 자수, 배접, 백골, 옻칠, 침선, 매듭, 장석 장인까지 7개 분야 전통 장인과의 협업을 통해 완성되는 실그림 작품은 그동안 봐왔던 자수의 통념을 한꺼번에 깨트린다.
“제가 하는 작업은 저 혼자서 될 일이 아니에요. 여러 분야의 장인들과 함께했기에 가능했습니다. 실그림은 물론, 작품 틀이나 가구 자체도 모두 제가 디자인을 한 후 장인들과 협업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과정 하나하나가 모두 창작이죠. 어느 한 땀도 사색이 반영되지 않은 것이 없으며, 어느 한 땀도 제 몸속으로부터 나가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저의 기본적인 예술 세계는 어머니로부터 비롯됐습니다. 어머니 덕분에 유년 시절부터 수를 놓았고, 어머니의 가르침은 제 예술 세계의 근간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화여대 자수과(현 섬유예술과)를 졸업한 손 관장에게 그녀의 어머니는 스승이자 멘토다. 평생 교육자로 교편을 잡았던 어머니한테서 물려받은 자기 절제와 수행으로 하루 13시간 동안 작업에만 몰두해온 손 관장의 실그림 예술은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알려졌다. 한국과 프랑스 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프랑스 국립 기메 동양 박물관에 초청, 전시되면서 한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소개된 것. 기메 동양 박물관에 이어 니스 동양 박물관에서도 초청을 받아 전시를 진행했고, 당시 <르몽드>는 ‘한국의 예술이 파리를 침략했다’라는 타이틀로 두 번이나 소개했다. “제가 만든 작품이지만 한 번도 제 것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모두 다 한국 문화에 기여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개인 소유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 생각은 제 어머니의 철학이기도 해요.”

 

20여 가지 장르를 넘나드는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된 아틀리에.
 
 
전통의 재해석과 도전
손 관장은 겸재의 ‘금강전도’나 혜원의 ‘미인도’, 조선 왕의 행차도 같은 우리의 전통 회화를 실그림 예술로 재탄생시켰다. 또한 주변의 양재천이나 대모산 풍경, 봄·여름·가을·겨울의 변화를 담은 실그림 병풍은 동양미가 물씬 풍기는 한 폭의 풍경화를 연상시킨다. “전통을 전통으로만 보면 오늘이 없어집니다. 전통에 도전해 자신만의 색을 마련할 수 있어야 예술이죠.” 해외에 우리 문화를 알릴 수 있는 영광이 오기까지 손 관장이 감내해야 했던 고통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제 작업은 고통이에요. 하지만 고통을 고통이라고 생각했다면 답이 없었을 겁니다. 고통을 기쁨으로 승화시켰기에 지금에 이를 수 있었죠.” 손 관장이 궁극적으로 목표하는 것은 수서에 박물관을 완성하는 것이다. 이미 조감도가 나오고 부지도 확보됐지만, 이런 저런 문제가 걸려 착공이 미뤄지고 있다. 9월부터 내년 1월까지 스위스에서 초대 기획전이 예정돼 있어 당분간 준비에 몰두해야 한다. 어느덧 그녀의 예술 세계를 공감하는 팬클럽도 생겼을 정도. 이기수 전 고려대 총장은 실그림의 매력에 빠져 예원 실그림 문화재단 이사장직을 맡고 있다.

손 관장은 오전 3시부터 새벽을 열며 일상이나 머릿속 상념들을 어떻게 실그림으로 표현할 것인가 끊임없이 자문한다. 손 관장의 예술 세계는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이며 인고의 시간을 거친 그녀의 실그림 작품처럼 아름답게 꽃피고 있다.

 
해당 기고는 강남라이프 5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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